2024년 5월의 일기
수다쟁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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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쓰고 싶어졌다. 말이 많은 사람은 싫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좋다. 말은 적지만 글을 잘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20240421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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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악몽을 꿨다. 무서워 살짝 눈을 떴을 때 실제로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을 정도로 무서운 꿈이었다.
이런 꿈은 깨고 다시 잠들어도 계속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체감상 4번 정도 깼지만 마치 꿈에서 너는 벗어날 수 없어 라고 하며 끌어들이듯이 다시 잠을 청했고 꿈은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이정도로 힘든 밤이었으니 일어나면 생생히 기억이 날 줄 알았지만 꿈의 끝에 놀라 일어나고는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고 문지르며 생긴 축축한 배게와 흐트러진 머리외에는 아무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충 기억나는 것은 내가 살인자로 몰려 모두에게 의심을 받으며 도망쳤고 그 중간중간에 악마와 같은 행색을 한 형채가 등장 했다는 것이다. 전날 본 것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공포, 스릴러, 액션 영화를 보지 못하는 편인데 전날은 90년대 로맨스 영화를 본 것 외에는 과격한 장면은 보지 않았기에 더 의아하다.
요즘 또 마법의 날 전이 지속되며 집중력이 흐려지고 잠이 많아지고 단게 땡기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때쯤 이면 꼭 지각도 한번 하며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는 한다.
힘들다.
힘들었나보다.
5월 첫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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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었던 고민이 깊어지는 5월이었다. 6월이 오기 전에 답을 내야만 할 것 같았다. 그의 생일이 오기전에는 답을 내리고 싶었다. 혼자 결정을 내리기 위해 누구에게도 이 상태에 대해 고백하지 않았다. 낮에는 혼자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고, 밤에는 하나님께 내려놓고 내 결정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주님이 계속 나에게 주고 있는 시그널이라 믿겠다고 기도했다.
기도의 끝에 답이 내려졌고, 교회를 가는길에 2년반만에 문자를 보냈다. "잘지내?"라는 뻔한 연락이 하기 싫어 몇번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다. 6줄로 적어 보고싶다. 고 마지막 문장을 마무리했다. 보고싶다. 가 들어갔으니 되었다. 그거면 내 마음이 모두 전해졌다.
5월 둘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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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여 세상의 무게를 지느라 사랑의 의미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게 세상사람들의 사랑이겠구나 싶었다. 매일 퇴근 후 일기를 적었다. 너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일기를 적었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왔던 팀장에게 피드백을 받고, 동료들에게 비하발언을 듣고 퇴근 후 카페에서 일을 하며 웃는 염미정이 떠올랐다. 마치 나는 염미정의 마음을 경험한 것 같이 그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한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설레일 수 있구나.
6월 첫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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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만에 만난 우리는 "안녕", "잘지냈어?"라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인사가 아닌, "오늘 진짜 덥다.", "오는 길 안멀었어?"라며 어제도 본 사람들 처럼 굴었다. 그게 자연스러운 우리였다. 2-3시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는 악수를 하고는 헤어지며 알게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아니었던 순간에 서로의 공간을 만들고 있었고 이제는 각자의 공간에 누군가를 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만큼 단단한 공간을 만들어온 우리였다.
각자의 힘듬에 가장 공감할 수 있지만 가장 위로가 될수 없는 우리가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 우리가 될 수 없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그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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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할 땐 뛴다. 뛰다보면 아무생각이 안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작고 큰 최근의 고민들이 수면위로 다 떠오른다. 하지만 열심히 뛰고 걷고 숨을 돌리고 있으니 그 고민들을 여기저기로 다 흘려보낼 능력이 생긴다.
너무 열심히 뛰어만 왔구나, 오르막을 힘들게 올랐으니 이제 내리막이 있겠구나, 좀 걸으니 다시 뛸 힘이 생기네 등등등 긍정회로를 돌리며 고민들을 흘려보내고 난 뒤 깨끗이 몸을 씻고나서 물을 한잔 마시고 나면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더러운 고민들이 다 씻겨간 기분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조급해할 것 없다. 불안해 할 것 없다. 그냥 지금 하던대로 속도를 맞춰가며 걷고 뛰고 쉬어가면 된다.
인생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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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정말 나이란 사람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올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부분은 저먼 미래를 걱정하게되고 생각하게끔 만든다는 것이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름답게 늙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를 만나야 노년을 같이 보낼 만큼 편안할 수 있을까? 최근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이었다.
당장의 내일 출근해서 무슨 일을 할지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먼 걱정을 사서 하고 있더라. 사서 고생하지말고 현재를 살자. 내일을 보고 모레를 보고 다음주를 보다보면 다 주시겠지. 난 행복한 삶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니까.
열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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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기능이 떨어져 잘 먹지 않고 잘 먹지 않으니 영양분이 부족하여 면연력이 약해지고 면연력이 약해지니 인후염(목이 붓는 감기 초기증상)에 잘걸리고 목이 부으니 열이 나면서 그대로 열감기로 하루이틀을 앓는다.
사람과의 사소한 관계에서 또 일을 향한 욕심에서 앞으로의 속도에 대해 고민중이고 그 고민들이 모여 열감기가 되었다. 내 고민들이 작은 고민이 아니었음을 체감하게 되는 아픔이다. 작은고민들이 168cm 56kg 여성 한명을 쓰러트렸으니 강한 고민들이었던 것이다.
강한 고민들보다 더 강력해지기 위해 다 버려본다. 아파 쓰러져 출근하지 못했을 때 입으로 외웠던 주문이 하나 있다. "내가 최고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가 아프면 쉬는게 최고다. 그러니 걱정말고 자자."
무슨 결정을 하든 내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