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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an 27. 2023

냉면과 짬뽕

기고 제안에 관하여 

 기고 제안이 오면 흔쾌히 승낙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원고를 수락하고 나서 가장 먼저 노트북을 켜고 넓은 이마에 손을 대고 보이지도 않는 머리카락과 함께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는 글 소재를 찾지는 않는다. 대신 가장 먼저 기고를 제안한 매체를 찾아본다. 어떤 매체인지, 어떤 글이 실리는지, 내 글을 읽을 독자층은 누구인지부터 파악한다.  

 평소 의학 관련 에피소드를 쓰는데 수필을 쓰려하니 막막해 편집장님께 도움을 정했다. 다행히 <월간 에세이> 편집장님께서 다른 의사 선생님들이 예전에 쓰신 글을 보내 주셨다. 김혜남 선생님과 남궁인 선생님 등 쟁쟁한 분들이셨다. 그리고 때마침 주문한 잡지도 도착했다. 글을 읽다 나는 마음이 무거워지며 기고를 쉽게 수락한 내 선택을 후회했다. 

 <월간 에세이>에 실린 글들이 삼삼하면서도 담백했다.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잘 우려낸 서늘한 냉면 같았다. 반면 나의 글은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기보다 설탕과 간장 등의 양념을 많이 써 기껏 잘 쳐줘야 짬뽕 정도였다. 또한 기본 표현과 어휘가 많이 부족하여 부끄러웠다. 그렇다고 하겠다고 했다가 안 할 수도 없었다. 

 일주일 내내 고민을 하다 겨우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훌륭한 글을 많이 접할 수 있는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부족한 저에게 글을 맡겨주신 <월간 에세이> 편집장님께 감사드리며, 항상 보잘것없는 저의 글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표한다.      


 물론 글이 부족한 나에게는 기고자로서의 숨겨둔 필살기가 있다. 나는 편집자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원고를 예정날짜보다 항상 일찍 보내드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음 글의 제목은 <보통의 환자>이다. 4월 또는 5월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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