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밧 Apr 27. 2021

여행, 기억을 심폐소생하다

당신의 여행은 안전한가요?


마음이 끌리는 사람, 여행지가 있다. 순수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티벳 카일라스 성산에서 살아있는 부처를 보았다. 오체투지하던 새카만 얼굴의 여인. 눈 내리는 어둠의 고원에서도 눈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삶이 힘들게 느껴질 때 생각이 머문다.     


메마른 티벳 고원길. 에베레스트 줄기를 구름이 넘나든다. 이 길을 오체투지로 넘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부처이다


여행이 멈췄다. 여전히 몸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오감을 자극하던 순간들이 눈에 선하다. 화려하게 봄을 피웠던 벚꽃은  짧지만 강렬하게 지나친다. 여행자가 느끼는 계절의 변화는 더욱 크다. 노란 유채꽃이 들녘을 평정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히말라야 산야를 뒤덮는 붉은 랄리구라스 꽃, 천상의 야생화 화원 낭가파르밧 페어리 메도우. 그곳의 바람, 향기 그리고 사람들. ‘아! 그립구나!’

    

4TB의 외장하드가 ‘뻑’이 났다.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 예고도 없이 그렇게 가버렸다. 사진들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어떻하지?’ 여행의 기억들도 희미해진다. 시름 끝에 큰 복구비용을 들여 살려낸다. 사진들은 온전할까? 폴더 하나하나 조심히 열어본다. 심장이 ‘쿵쾅’ 거리며 반응을 한다. 다시 돌아간 것처럼 새록하다. 열정이 느껴져 가슴이 뜨겁워진다. 때론 잊고 싶은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오기도 한다.     



아득한 터널의 끝을 잇는 끈이 있다. 내가 걷고 있는 길


사진은 타임캡슐이다. 순간의 감정들, 지금의 나와 시간을 잇는 끈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멈춤이 일상이 되었다. 가끔 하늘을 본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각인된 기억이 있다. ‘혹시나 잊혀 질까?’ 여행 기억을 백업해두어야겠다. ‘긴 터널의 끝이 있겠지’ 언젠가 그날이 되면 다시 떠나야 할 테니까....

     

여행자의 시간     


연인이 헤어진 후 마음의 고통이 크다. 잡힐 듯 눈에 아른거린다. 사실이 된 감정을 인정할 수 없다. 시간이 약이다.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빈자리가 채워진다. 풋풋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인생의 경험은 삶을 성숙시키는 힘이다. 휘발성이 아니다. 개인적인 사색들이 DNA처럼 축적된다.     


여행은 현재형의 일상들이었다.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챙기고 길을 나선다. 발길 가는데로 걸어간다. 손안의 지도를 펴지 않더라도 해결이 된다. 방향감각이 생긴다. 소소한 것들이 시야에 머문다. 나만의 도시탐구, 골목 지도가 만들어진다. 낯선 여행지에서 여행자는 모험가가 된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여행이 즐거운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타인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히말라야 오지의 삶은 혹독하다. 세상과 단절되었지만 설산만큼이나 순수하다. 그들을 보며 삶의 방향을 배우게 된다. 꿈과 희망을 얻는다.     


여행자의 시간은 한 편의 영화다. 오프닝은 이야기의 궁금증을 자아내다. 스토리가 전개되며 관객을 집중하게 한다. 어떤 일이 생길까? 주인공이 되어 감정을 이입한다. 갈등을 벗어나 엔딩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몰입도가 클수록 여운이 오래 남는다. 여행을 마친 현실, 그리움이 남는다면 좋은 영화 한 편을 본 것과 같다.    

 

여행인의 시간     


여행을 업으로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을 전하는 역할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낸다. 가장 아름다운 한 때를 공유한다. 여행은 기다림 자체가 즐겁다. 떠나는 일자가 다가오면 흥분되고 설레인다. 떠남과 머무름의 경계가 되는 곳, 공항은 그 관문이다. 인천공항 3층 출국장은 부산하다. 긴 줄 기다림에 지쳐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누군가는 완벽한 여행을 만들고 싶어 한다. 알찬 여행을 위해 인터넷 자료는 모두 찾아본다. 짧은 시간 낯섬을 마주하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도착하면 여행자는 안도의 숨을 쉰다. 무사히 마무리 되는 여행에대한 감사이다. 짐을 찾고 게이트를 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그들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나의 시간보다 객관화된 시나리오 여정을 따른다.      

단체 패키지에서부터 자유여행까지, 세상 구석구석 발길이 닿는다. 요즘은 힐링이 트렌드다. 마음의 채움을 원한다. 자연을 찾고 힘든 도보여행을 선택한다. 산티아고 순례가 대표적이다. 왜 길을 걸을까? 종교적인 순례의 의미가 깊었던 길이었다. 카톨릭 국교의 나라도 아닌데... 한국 여행자들이 단연 많다. 조용한 사색을 생각하고 간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상황을 마주한다. 여행의 기대감 때문일까?      



산티아고에 스님이 어떻게 오셨을까? 같은 모자. 배낭. 스틱....여행길에선 그림자 같은 긴 여정의 벗이 그립다


‘길을 걸으면 마음의 힐링도 될 것이고, 건강해지며,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떠난다고 모두 만족을 얻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하며 일어나는 갈등, 실수들. 여행인들은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내 맘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 컴플레인으로 돌아온다. 트라우마 남기도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던 정상적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여행인의 희망이다. 사람이 여행이다.   

  

당신의 여행은 무엇인가요?     


몇 번의 산티아고를 걸었다. 많은 여행자들과 인연이 되었다. 10년 째 매년 순례를 오는 스페인 아저씨. 한달 전 부인이 돌아가신 아픔을 딛고 온 분. 누구에게나 삶의 시련이 있다. 스스로를 위해 성찰하는 여행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여행 잘 하는 것이 좋겠다. 안전한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다.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 여행길에서 복잡했던 상념이 멈추고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다



타인을 위한 배려와 사색.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의 변화를 가슴으로 느낀다. 자신과의 대화에도 충실했다. 여행 에너지를 충전한 것이다. 현명한 여행자는 집시가 되지 않는다. 여행의 꿈도 좋지만 마냥 떠나려는 생각은 지양해야한다. 답답함을 벗어나려는 도피가 되어선 안된다. 인생의 메인 무대에서 에너지를 발산해야한다. 긍정적인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복잡했던 생각과 마음의 조각을 맞춘다. 완성된 그림은 마음의 저장고에 백업을 해둔다.   


산티아고 800KM여정을 마쳤다. 처음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막막했다. 길 위에서 스친 인연.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사람들.... 매일 일어나 걷고 다시 걸어간다. 여행의 설레임은 익숙함으로 변한다. 마지막 콤포스텔라가 가까워질 즈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음을 생각한다.‘부엔 카미노’      

                                                                                        [이내 그리움으로 남는 길. 산티아고]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얼굴 찡그리고 인사하는 법이 없다. 서로의 길을 응원한다.800KM 긴 여정을 어떻게 걸을까 싶다. 모두의 목표는 하나다. 사람을 만나고 풍경에 눈이 취하면 어느새 전반전이 지난다. 후반전으로 다가 갈수록 걱정이 크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떠났지만 허함이 밀려든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멋이 있다. 커다란 배낭에 신발을 달고 세상 모두 가진 듯하다. 길 위에서는 누구나 같다. 나이도 국적도 없다. 마지막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만나게 된다. 반가운 마음에 허그를 하게 된다.      



'쭈욱' 손을 뻗는다. 마음이 닿았을까? "양아 고마워! 너의 위로를 기억할께!"


시골마을 담장에 어린고양이가 있다. 한 여행자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손을 건넨다. 고양이는 내려와서 함께 놀고 싶어 한다. 연실 머리를 담벼락에 비비고 있다. “고양이가 놀고 싶어 해요” 그녀는 그 만의 방식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즐길 줄 아는 여행자다.     


순례길은 체력이 중요하다. 일주일정도 지나면 몸에 무리가 느껴진다. 물집 때문에 고생을 하고 발목통증을 호소한다. 몸이 상하는데도 무리해서 걷는다. 목표지향보다 과정 속에서 성찰하는 여정이 의미가 있다. 자신의 선택이지만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일출과 함께 시작되는 걷기는 끝이 다가온다. 천천히 걷고 싶어 한다. 그리고 어떤 깨달음도 없이 마무리된다.      


현실로 돌아오면 여행 후유증이 남는다.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지고 떠나야할 것 같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메세타 평원의 푸르름과 구름이 생각난다. 작은 조각 기억들이 위안이 된다. 시간이 지나 마음속에 소소함들이 남아있나요? 당신의 여행은 행복한 길니다.


글. 사진 파르밧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