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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Oct 07. 2024

나는아직도 수업이 떨린다.

다음 주면 개학이다. 벌써 마음이 떨리고 곧 펼쳐질 미래가 약간은, 아니 아주 많이 두렵다. 솔직히 고백하면 아직도 나는 수업 직전에 떨린다. 초등 1~2학년 수업인데 그동안의 경력과 노하우로 쉽게 가르치고 나오면 그만인데 말이다. 어떤 이들은 저학년 수업인데 뭘 그러냐고 코웃음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두 명 빼놓고는 20~30명의 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린다. 오늘은 저 선생님이 무슨 수업을 할까, 약간은 기대를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나의 초등 수업의 신조는 일단은 재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듣는 학생도 수업하는 나도 지루하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수업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잘 진행이 되질 않는다.     


준비가 되지 않으면 비단 수업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미리부터 걱정되고 하기 전부터 심장이 쿵쾅거린다. 과장을 보탠다면 준비가 안 된 것, 또는 이렇게 방학이었다가 개학일일 다가올 때, 갑자기 내야 할 서류라던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며 마음이 굉장히 조급해지고 심한 경우 온몸에 식은땀 흐른다.   


남중학교에서 일할 당시 1학기 학급운영이 너무 힘들었었는데 2학기 개학일 당일 아침 학교에 갈 공포감에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거실에서 주저앉은 적이 있다. 개학 첫날부터 병가를 내기가 뭣해서 정신줄 다시 단단히 부여잡고 출근한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에서는 영어보충 수업시간에 한 똑똑이 학생이 수업이 끝나갈 무렵 내 각본에 없던 질문을 했다. 솔직히 확실하게 알고 설명을 해줄 수 없던 부분이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텐데 그게 또 창피해서 답변을 우왕좌왕 얼버무리고 나왔다. 대답을 제대로 못 했다는 자책감과 그 학생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순간 걱정에 휩싸이며 복도에서 기절해 버린 적도 있었다. 곧장 응급실에 실려 가서 이렇게 살아남아 글을 쓰고 있다.

요가 수업에 처음 갔을 때도 못 하면 어쩌지, 오늘은 또 얼마나 힘들까, 한 달 동안은 요가 가는 길에 집에 다시 돌아갈까 말까 수없이 걱정과 고민을 했었다.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요가수업 중에 힘들면 잠시 앉아있겠다고 입도 있고 말을 하면 될 일인데 왜 그게 어려울까.


  잠깐의 휴식이 습관이 되고 그 일을 다시는 안하게 될까 두렵다.


오늘 아침 더운 날씨에 일찍 눈이 떠져서 헬스장에 갈까 하다가 발길을 돌려 금강 둔치로 향했다. 마라톤이 이제 한 달 정도 남았고 당일 떨지 않기 위해 실전 연습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러닝머신에서 연습하는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직접 뛰어봐야 알 것 같았다. 준비를 안 해두면 불안해지는 나인 걸 알기에….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와 금강 변으로 가니 사람들이 많았다. 대단하다, 대단해!

준비운동 없이 처음부터 들입다 뛰기 시작했다. 요가와 러닝머신으로 다져진 내 몸을 너무 과신했다.

러닝머신에서 뛰는 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50m도 채 못 달라고 헉헉거리기 시작했다. 5킬로 신청할 걸 그랬나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 없어서 걷기라도 할까 했는데 달리는 트랙을 내려보니 사람 모양의 마크가 일정한 간격으로 페인트칠되어 있었다. 대략 30~50m 간격으로 그 마크가 보였다. 표시가 보일 때까지 뛰었다가 다음까지는 걷고 뛰고 걷고를 반복하니  한결 할 만했다. 인터벌 러닝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힘들었다.

아침부터 덥고 습한 날씨로 선크림을 바르고 나온 팔뚝 위에서 하얀색 땀이 흐르고 손에 쥔 핸드폰도 미끄러져 떨어뜨릴 뻔했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그다음 두 바퀴를 도는 동안에 별의별 걱정과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래서 과연 10킬로를 뛸 수 있을까, 정말 힘들다, 뭐라도 더 먹고 나올 걸 그랬나 등 머릿속이 복잡했다. 금강 두 바퀴를 돌고 집에서 온 거리까지 포함해도 아직 9킬로가 약간 넘었을 뿐이었다. 10킬로를 채우기 위해 더 뛸까 하다가 손까지 저리고 응급실에 또 실려갈까 봐 그만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집에 가는 길에 연습을 이렇게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포기하고 집으로 오는 길이 우울하기도 했다. 실전도 아닌데 그리고 오늘이 연습 첫날인데 이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면 될 일을 이게 자책까지 할 일인가?      

수업도 요가도 마라톤도 한두 번의 실수는 용서되지만 계속된 실패가 포기로 이어지고 그리고 습관이 될까 봐 중도에 포기하기가 싫. 실패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하려고 할 때 지레 떨리고 겁난다.

이제는 무슨 일이든지  실패의 경험 없이 고 싶다.


마라톤을 달리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시간 안에 못 들어온다면 다시는 마라톤을 도전 안 할 것 같다. 요가 수업도 하루 정도는 빠질 수 있는데 하루 안 가면 그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될 것 같다. 너무 재미있는 운동이긴 하지만 사실 너무너무 힘들다.

학교에 가기 전에는 너무 싫고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고 수업 전부터 어떻게 오늘 4~5시간의 수업을 하나 지레 겁먹고 울고 싶을 때가 많지만 막상 교실에 들어가면 어떤 때는 학생들보다 내가 더 신나서 수업시간을 초과해서 가르칠 때도 있다. (아! 소중한 내 쉬는 시간!)

글을 쓰는 것도 공모전에 몇 군데 내보긴 했으나 번번이 다 떨어졌다. 이것도 자꾸 떨어지다 보니 글쓰기는 영 소질이 없구나, 내가 무슨 작가야 말도 안 되라며 결과에 우울해한다.     

하지만 요가도 달리기도 베이킹도 글쓰기도 심지어 학교 수업도 재미있을 때가 더 많다.

준비만 잘 되어있다면 말이다.  


준비 과정이 쉽지도 않고, 잘하려고 욕심을 내면 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보상이 분명 따라올 것이다. 내가 최근 거둬들인 좋은 결과는 벽의 도움을 조금 받아서 다리를 공중에 뻗고 버티는 시간이 1~2분 정도 된다는 것, 오늘 걷고 뛰고를 반복했지만, 결과는 1시간 30분 안에 10킬로를 달성했다는 점, 요가 학원 갈 때 떨리기는커녕 기대가 되고, 공모전에 합격은 못 했어도 브런치 작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준비를 잘한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벌써 수업 끝났냐고 더하자고 한다….


9월에 있을 마라톤에 실패할 수도 있고, 2학기 학교에서의 직장 생활도 어려움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 하고 잠깐 넘어진 거야, 다시 일어나서 뛰면 되지 그리고 다음번에는 같은 실수, 잘못은 하지 말자는 굳은 결의를 하고 다시 앞을 볼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최대한 아픈 과거는 만들지 않고 더더욱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수업은 여전히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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