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라마에게 눈을 선물했다
최근에 전보다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전세난으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바로 이전에 운 좋게 계약을 하게 된 집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생긴 좋은 점은 침대방과 나의 작업대가 분리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안 좋은 점도 있다. 공간이 서로 분리되었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넘어가면서 관심사도 그사이에 바뀐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건망증 탓도 없지는 않다.
작업대에서 쓰는 노트북 받침대가 있다. 부품 하나가 떨어져서 붙이려고 접착제를 꺼냈다가 눈알 두 개를 발견했다. 이 눈알인즉슨 인형에게 붙여주는 ‘눈알’이다.
눈알의 사연은 이렇다. <꽃보다 누나>에 이어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열이 가지고 다녔던 ‘라마 인형’. 그 인형이 그렇게 갖고 싶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에 가있는 친구한테 그렇게 졸랐다.
“너 칠레 가면 나 라마 인형 좀 사다 줘.”
한 2년은 졸랐던 것 같다. 결국 그 친구가 라마를 데리고 왔다.
근데 ‘어머, 이거 한 쪽 눈이 없는 게 아닌가.’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라마인데 친구는 한국 오기 전에 미국도 한 바퀴 돌고 왔다. 한 달 이상의 여행 기간 동안 배낭에서 안녕히 있을 수는 없었나보다. 하지만 똑같은 눈은 찾을 수 없었고, 엄마가 어디서 눈알 두 개를 얻어다 주셨다.
눈알을 보니 드는 생각 ‘아, 본드보다는 글루건이 낫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참에 눈도 붙여줘야겠다.
그렇게 눈알 두 개와 본드를 작업대에 두고 글루건을 찾으러 갔다.
글루건을 찾으러 신발장 앞으로 갔는데 (우리집 글루건 자리는 신발장 안 서랍이다.) 내 신발들이 보인다.
‘아, 이제 봄도 되었고, 꺼내놨던 어그 부츠랑 부츠는 넣어야겠구나.’
주섬주섬 더스트 백도 찾아서 부츠도 한 짝씩 넣고, 어그 부츠도 종이로 다 속을 채워 정리를 끝냈다.
넣으면서 신발장 구경을 시작한다. ‘앗, 이제 여름을 준비해 젤리 슈즈랑 슬리퍼도 꺼내야지.’
‘앗, 이건 뭐였지, 이제는 굽이 너무 높아서 잘 신지 않는 샌들이 보인다. 더이상 아낄 수 없다. 당근에 팔자.’
이렇게 신발을 꺼내어놓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사진을 업로드하고 다시 작업대로 왔다.
‘잠깐, 아이고… 내가 글루건 찾으러 갔던 거였는데…’
내가 그곳에 갔던 것은 글루건 때문이라는 것이 이제 생각났다.
도대체 몇 분이 지난 건지 모르겠다.
다시 신발장으로 가서 글루건을 찾아왔다.
마침내, 라마에 눈을 달아주었다.
이제 양쪽으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친구와 엄마에게 인증샷을 보내주었다.
요즘 새로 생긴 버릇이다.
다른 공간으로 갔을 때 원래 간 이유를 잊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서 또 다른 일거리를 찾는다는 것.
공간이 이동되는 순간, 생각도 전환된다.
그렇게 나의 황금 토요일은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