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수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by 슬기로운 생활

점프수트는 매력 있다.

위아래 옷을 전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벗기도 쉽다.

그리고 점프수트만의 시크함이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화장실 가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화장실 가기 전부터 스멀스멀 생각들이 몰려온다.

아. 다 벗어야 하는데.

너무 귀찮고 번거롭다.

특히 가운까지 입고 있으면 더 복잡해진다.


겨울엔 안에 히트텍이라도 입어서 다행이지만

여름엔 정말 살짝 굴욕적인 데다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여름엔 안에 거의 속옷만 입고 입기 때문에 화장실 갈 때마다 벌거숭이가 된 기분이다.

게다가 화장실 갈 일은 당연히 집 밖에 있을 때뿐이기에 굉장히 낯설고 불편하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점프수트는 참 예쁜데. 이건 누굴 위해 만들어진 옷인가.

정비소에서 남자들이 작업복으로 많이 입는 게 이런 옷인데.

남자들은 생리학적으로 불편할 것이 없다.

오히려 굉장히 편할 것이다.

하지만 여자를 위한 옷은 아닌 것 같다.

편하게 만들자고 위아래를 잘라낼 순 없다.

그럼 더 이상 점프수트라는 이름으로 불릴 순 없게 된다.

지퍼를 가운데 달아보면 어떨까 혼자 생각도 해봤다.

위아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출근할 땐 되도록 안 입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오늘 화장실을 오가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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