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난달에 샷시를 해주셨던 작업자분께서 집에 오셨습니다.
다시 오게 된 여유는 이러합니다.
한 두 달 전에 샷시를 새로 했습니다.
어느 날 자세히 보니 양 쪽 방충망 창틀이 맞닿아 있는 부분 위쪽에 작은 구멍이 있더군요.
대충 휴지로 막아놓긴 했는데 찜찜해서 다시 봐달라고 했습니다.
오후 4시쯤 되어 두 분이 방문하셨어요.
방충망 창을 간단하게 떼어내 보시더니 창틀에 들어가는 고무를 새로 갈아 끼우시더군요.
아마 길이가 약간 짧아서 틈새가 생겼던 것 같았습니다.
기사님께서는 고무를 충분히 길게 껴놔서 여는 게 조금 빡빡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방충망창은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열고 닫을 일이 없기 때문에 별 상관없을 것 같았습니다.
두 분이서 방충망 고무 교체작업을 하시는 걸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들은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서 좋겠다.'
사무직 직장인이나 주부, 학생이어도 공감할 겁니다.
어떤 반복작업이나 무언가를 설치하는 행동을 하면 그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나사를 돌린다든지, 접합 부분에 맞춰 무언가를 조립한다든지 같은 행동들이요.
이케아 의자나 책상을 사보신 분은 아실 거예요.
조립하는 그 순간만큼은 다른 걱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롯이 그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죠.
스마트폰, SNS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작은 행동에 집중할 수 있어요.
제가 지금 직업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떤 기술을 가지고 설치하거나 수리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업이 온도 같은 변수에 의해 힘들 때도 있지만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온전히 집중할 수 있잖아요?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게 피곤한 일이기도 하지만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무직으로 일을 해왔는데요.
기술자들처럼 100% 집중하는 상황은 많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몸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머리를 써야 되기 때문에 자꾸 딴생각이 듭니다.
쓸데없는 상상을 하거나 주의를 빼앗겨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죠.
기술자분들이 일하는 방식에는 명상에서 말하는 '마음 챙김'의 개념이 어느 담겨있지 않나 합니다.
그 순간, 그 감각에 집중하는 것.
저는 기술자분들이 무언가에 100% 집중하는 대상이 있고 그럴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셔서 부럽습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면 제 열정을 몰입하여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몸을 움직이는 작업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이 편하면 자꾸 딴생각을 하니 말이죠.
역시 육체노동의 가치는 신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