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밸런스 게임처럼 이 둘 중 하나만 고를 수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어가 보려면 아이돌이 되는데 크 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사실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오디션을 보거나, 캐스팅이 되어야 한다. 오디션은 노력으로 준비해 볼 수 있는 영역이라면, 캐스팅은 신의 영역이다. 아이돌이 되기를 꿈꾸면서, 언젠가 캐스팅이 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소위 미친 짓일 수 있겠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길거리 캐스팅 아이돌은 핑클의 이효리 씨와 성유리 씨였다. 이효리 씨가 스티커 사진을 찍다가 눈에 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후, 스티커 사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하기도 했다. 요즘은 아이브의 장원영과 이서가 대표적인 길거리 캐스팅 아이돌이다. 이서의 경우는 신세계 강남점에서 눈에 띄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고 길거리 캐스팅만 바라고 아이를 데리고 신세계 강남에 죽치고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의 케이스들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길거리 캐스팅, 요즘은 인스타 DM캐스팅의 경우, 절대적 기준은 부인할 수 없이 외모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외모가 아닌 이상, 길거리 캐스팅을 아이돌이 되는 전략을 삼는 건, 로또를 사고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거나 다름없다. 그럼, 대부분의 아이돌 지망생들은 오디션이라는 것을 택해야 되는데 오디션의 기준을 무엇일까? 거기서도 1순위는 솔직히 외모가 아닐까 싶다. 말로는 노래 실력이라고 하는데, 노래 실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호감도가 명백하게 낮은 사람을 뽑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아이돌의 노래에 등장하는 음역대 등을 고려했을 대 돌고래 소리를 낼 만큼의 보컬리스트는 필요조건은 아닐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이쯤에서 아이돌에게 필요한 조건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어떤 부분은 타고나지 않으면 갖을 수 없고 어떤 부분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 짚어보면 좋을 것 같다. 먼저 외모! 사실 요즘은 의학의 발달로 외모도 어느 정도는 보완이 가능한 영역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수술로 절대 바꿀 수 없는 것 중에 아이돌 일을 수행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머리 크기(머리 둘레)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가 혹시라도 연예인을 실제로 보게 되면 친구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그분 머리 진짜 작아. 소멸각이야." 일 것이다. 그게 아이돌이 일반인하고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 조금 과장해서 말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몸매는 관리로 만들 수 있지만 키와 다리 길이 또한 타고나야 되는 영역인 것 같다. 눈, 코, 입, 입술, 턱, 이마 등은 어느 정도 의학이 역할을 할 것이고 피부색, 피부결 그리고 머릿결은 화장과 관리로, 눈빛은 렌즈와 연습으로 커버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도 손대기 전에도 '어느 정도 보기에 좋았더라'하는 피드백 정도는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먼저, 물리적 외모를 이야기했는데, 다음으로 타고나야 되는 것은 음악적 역량에서 언급해 보려 한다. 물론 절대 음감을 타고났다면 너무나 큰 베니핏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가수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악보를 읽으면서 노래를 하지 않아도 가이드 보컬님들이 말 그대로 '가이드'를 불러 주시기 때문에 음을 듣고 알고, 음을 복사할 수 있는 능력 정도만 타고나도 되겠다. 이것을 간단히 음정이라고 하겠다. 사실 노래는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테크닉이 붙고 감정 표현 등이 깊어질 것이기 때문에 연습이 불가능한 영역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연습으로 고치기나 소유하기 어려운 영역은 음색이 아닌가 싶다. 사람 고유의 목소리의 색깔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타고난 음색이 특정 기획사에서 선호하는 음색인가는 하늘의 영역일 수 있겠다.
또한 음역대 또한 신에게 선물 받은 영역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연습하면서 안되던 고음을 치게 되는 실력 향상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대게 내 목소리가 가장 좋게 들리는 음역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어느 음역대의 보컬을 찾고 있느냐가 내가 노래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보다 중요한 팩트 일 수 있겠다. 오디션을 생각하면 일반 사람들이 회사 면접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느냐 보다 중요한 건, 지금 그들이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가라는 것 말이다.
퍼포먼스 쪽으로 넘어가 보면 그래도 여기는 그나마 허들이 낮다고 생각한다. 명백한 몸치가 아니라면 춤은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춤선이 더 예쁘다, 아니다 정도의 구분은 있겠지만 춤선이 예쁘다는 것을 아이돌에게 플러스알파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한 가지 더 타고나야 하는 것이 있다면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단어 바로 "끼"이다. 다르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끄는 그 약간의 똘기와 매력 사이랄까? 끼를 1인칭으로 해석하면 '자기 신뢰'가 아닐까 싶다. 또한 성품적으로도 아이돌이 갖춰야 하는 것은 너무나 많다. 당연히 겸손해야 하고, 공동생활도 잘할 수 있도록 남들을 배려해야 하고, 아무리 조용한 성격이라고 해도 나댈 때는 또 나댈 수 있어야 한다. 자아를 갈아 끼우는 능력이라고 해야 될까. 소위 '자기 관리'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여기까지 쓰면서 우리 아이가 노력으로 가질 수 없는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셨다면, 아이를 노력해 봄의 영역으로 옮기셔도 좋을 것 같다. 즉, 타고난 것이 있는 아이가 키워질 때 아이돌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태 아이돌 외모를 갖고 태어난 장원영도 연습생 기간을 거친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히 우리 아이는 하늘에서 선물해 주신 몇 가지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되었고, 나는 조금은 타고난 이 아이를 아이돌로 만들어보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책의 표지에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아빠'의 외모와 '예술학교를 졸업한 엄마'의 끼를 물려받은 아이라고 우리 아이를 소개했는데 그게 아이돌의 필요충분조건이었다기보다는 이 험난한 도전의 출발선에 섰을 때 맨 발이 아닌 나이키를 신고 뛰어볼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나름대로, 이 아이가 이 레이스에 뛰어들었을 때, 실질적인 어떤 서포트를 줄 수 있는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대한민국에는 나 말고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부모님이 정말 많을 것이다. 그럼 그 서포트는 언제부터 시작이 되어야 할까? 감히, 그 녀석이 태어나 이름을 부여 받는 순간부터 라고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