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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2차 오디션!

by 스테이시

대면 오디션을 진행하겠다는 이메일을 받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혹시 사기는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메일 주소에 회사 이름이 들어가고, 마지막에 회사 로고까지 박혀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내가 제출한 아이의 영상은 20초짜리 발라드 후렴과 1분짜리 동요 한 곡이었는데, 그것만 보고 뭔가를 느끼고 아이를 보겠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정말 돌아다니는 썰처럼 3초 만에 뭔가 필이 오는 걸까?


일단 아이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엄청 기뻐하는 듯했다. 물론 어디라도 뽑아주는 곳으로 가야 하는 것이 오디셔너의 운명이긴 하지만, 이 회사는 아이가 학원에서 어느 기획사에 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1순위로 써내던 곳이었다. 첫 2차 오디션을 1순위 회사에서 본다니, 정말 기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 뒤 현타가 온 지점들이 있었다. 첫째, 회사에서 제시한 날짜가 바로 열흘 뒤였다는 사실이었고, 준비해갈 사항이 노래 2곡뿐 아니라 댄스 2곡이 포함이라는 사실이었다.


댄스... 그것도 2곡?!


댄스 경험이 전무한 아이가 일주일 안에 댄스 2곡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 심히 당황 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움츠린 마음을 빠르게 정리하고 '숨고'에서 단기 댄스 과외를 해줄 사람을 찾아냈다. 내일 확인하겠지 하고 새벽 4시에 메시지를 보내 놓았는데 1분 만에 답장이 왔다. 메시지로 이렇게 급한 상황이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바로 통화를 하자고 해서 새벽 4시에 낯선 남자분과 통화를 했다. 나는 NCT의 '캔디'와 '소다팝'을 이야기했는데 선생님께서 '소다팝'보다는 보이넥스트도어의 '오늘만 I LOVE YOU'를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오디션 전 일주일의 시간을 댄스 연습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 2시간씩 레슨을 받고 추가로 3시간씩 연습실을 빌려서 연습을 했다. 그니까 하루에 5시간씩 춤을 춘 것이다. 선생님께 동작을 배우는 동안 나도 연습실에 같이 있고, 연습 시간에는 내가 옆에서 같이 계속 춤을 춰 주었다. 약 20년 만에 춤을 추고 나니 정말 온몸이 얻어맞은 듯 아팠지만 누군가 옆에서 같이 해준다면 연습이 덜 힘들게 느껴진 다는 것을 알기에 정말 촛불처럼 몸을 불살랐다.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틀어 놓고 3번 춤추고, 1번은 쉬고 이렇게 인터벌로 계속 감을 잡아갔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댄스 동아리를 할 때도 그랬지만 연습 시간에 의자나 바닥에 앉지 않는다. 한 번 앉으면 다시 일어나기 싫기 때문에 쉬는 타임에도 계속 서서 감을 유지했다. 아이는 그걸 보고 40살인 엄마도 저렇게 서 있는데 하며, 잠깐 자리에 앉았어도 늘어지지 않고 바로바로 일어나서 연습에 참여했다.


녀석은 그 녀석 나름 인생 최대에 고생스러움을 맞이하고 있는 듯했다. 이전까지는 가수가 된다고 하면 노래를 잘해야지라고 생각해 왔을 텐데, 지금 이 과정은 녀석이 상상하지 않았던 조각이었을 터이다. 밤늦게 까지 연습을 하고 집으로 가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만약 오디션에 합격하면, 노래하는 시간보다 이렇게 춤 연습하는 시간이 더 많을 지도 몰라. 매일매일 이렇게 하루에 다섯, 여섯 시간씩 춤추는 게 일상이 돼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댄스 과외 선생님은 노래만 하던 아이면 자기가 잘하지 않는 분야, 어쩌면 잘 못하는 분야인 춤을 계속해야 된다는 것에 회의가 들 수 있다고 나름의 걱정 및 조언을 해주셨고 솔직히 나도 조금은 그 우려에 동의를 했었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들의 생각과 다르게 해맑고 내 생각보다 자신이 가지게 된 꿈에 대해서 더 단단했다.


"힘들긴 하지만, 재미있어! 매일 이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


아이는 이 과정을 통해 분명히 자라나고 있었다. 아직은 작은 체구에 댄스 기본기를 전혀 배우지 않은 상태라 녀석의 춤이 멋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몇 가지 알게 된 것 있다. 일단 녀석이 다행히 몸치는 아니라는 것과 (배우고 연습하면 춤 선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표정 연기를 곧 잘한다는 사실 말이다. 솔직히 일주일 안에 댄스 신생아가 연습한 댄스 무대로 오디션에서 점수를 딸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래서 콘셉트를 명확히 잡기로 했다. 댄스를 보여준다기보다는 퍼포먼스를 한다는 개념으로! 댄스 동작 중에서 어려운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액팅'으로 채우기로 했다. 그래서 실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연습했고, 혹시 오디션 장에서 노래를 틀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라이브로 부르면서 춤을 추는 버전까지 준비를 했다. 여차하면 노래 부르면서 춤추겠습니다라고 말하기로 플롯을 짰다.


한 편, 댄스만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노래 2곡은 세븐틴의 '예쁘다'와 저스틴 비버의 'Baby'를 준비했다. 그리고 추요가 있을 수도 있으니 'Love wins all(발라드)' ,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K-pop)', '경음악의 신(세븐틴의 트로트)'까지 준비를 했다. 사실 노래는 꾸준히 해오던 거라, 더 많은 시간을 쏟아 연습한 것은 바로 인터뷰 예상 질문들이었다. 나는 예상질문들은 리스트업 했고 아이와 앉아서 같이 답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예상 질문으로는..


- 자기소개해주세요.

-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

- 왜 가수가 되고 싶나요? (언제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요?)

- 다른 오디션도 본 적 있나요? (다른 오디션도 붙은 적 있나요?)

-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요?

- 가족들이 가수에 도전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 주변 친구들이 당신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어떤 가수를 가장 좋아하나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 본인의 장점/단점은 무엇인가요?

- 영어는 잘하는 편인가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런 질문들은 아이와 계속 주고받으며 인터뷰 연습을 했다. 혹시 영어로도 질문을 하려나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초등학생한테 영어 인터뷰를 할까 싶어서 그것까지는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 부분이 후에 나오겠지만 아쉬운 부분이 되었다.


일단 자기소개를 임팩트 있게 하기 위해 무슨 정보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엄마, 아빠의 키'도 넣기로 했다. 녀석은 또래치고 작은 편이기 때문에 분명 우려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아빠 185, 엄마 168 임을 미리 밝히기로 했다. 그 외에도 영어 이름을 말해서 영어를 잘하는지 질문이 유도될 수 있도록 했다. 영어가 네이티브는 아니지만 외국인과 소통 가능한 점도 어필하고자 했다.


인터뷰 질문이 다르게 들어와도 어떻게든 들어내면 좋을 몇 가지 단어들도 함께 정해 보았다. 그렇게 오디션 날 아침까지도 오디션 시뮬레이션을 계속 진행했다. 들어가서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기소개, 노래, 노래 추요, 댄스 그리고 이후 인터뷰까지 연습을 해보니까 약 20분 정도 나왔다. 한 지원자를 20분이나 봐준다면 정말 감격스러울 터였다. 그렇게 오디션 3시간 전까지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하고 집에 와서 의상과 메이크업을 준비했다. 메이크업이라고 하기엔 나도 평소에 화장을 안 하는 편이라 뭐가 없어서 비비크림에 가루 파우더 정도를 발라주었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오디션 장에 도착을 했다. 다행히 주차가 가능한 건물이어서 차를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보통 차 안에서 긴장을 풀며 마지막 노래 연습을 하기 때문에 차를 가져갈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오피스에는 아이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정문에서 관계자분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셨다. 사실 우리 아이가 들어가기 바로 전에는 앞 타임에 오디션을 본 귀여운 여자 아이가 나왔다. 우리 아이보다 더 어려 보여서 3-4학년쯤 되어 보였는데 정말 이 세계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흠, 이제부터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달려있다. 데리고 가실 때 3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하셨기 때문에 멀리 가진 못하고 그냥 문 앞에 서성이기로 했다. 잠시 눈을 감고 기도했다. 사실 오디션의 평가 기준이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단기로 과외를 받은 댄스 선생님은 댄스를 가르쳐 보기도 전에 통화하시면서 춤이 생초보시면 이번 오디션은 붙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하세요 라고 말씀하기도 하셔서 마음이 살짝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그는 댄서로서 댄스에 높은 기준을 두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게 노래 25점, 춤 25점, 끼 25점, 외모 25점 이렇게 100점 중에 80점이 넘어야 된다 이런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이 심사위원의 마음에 걸릴지 누구도 모르는 분야였다. 아이의 가능성을 봐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5시 15분에 들어간 아이는 5시 50분이 되어서 문 밖으로 나왔다. 데리고 나오신 직원분은 상투적인 말일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잘했으며 2주 안에 결과가 나오고, 붙으면 한 번 더 오셔야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최종 3차가 있다는 말인 것 같았다. 아이는 나오자마자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엄마의 예상 질문에서 다 나왔어!"


인터뷰에서 우리가 준비했던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다만 아쉬웠던 건 영어로 자기소개할 수 있냐고 요청이 있었는데 준비가 안되었다고 했단다. 아, 생각은 했었는데 설마 하고 준비하지 않았던 부분이 이렇게 아쉽게 돌아왔다. 녀석은 키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 키뿐 아니라 누나의 키, 본인의 작년 키까지 세밀하게 물어보셨다고 한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건물을 나오기 전에 직원분이 한 번 더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라는 멘트를 건넸다고 했다. 그게 합격을 보장하는 멘트는 아니지만 아이의 기분은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정확히는 재미있는 걸 하고 와서 들뜬 것 같아 보였다.


정말 이 표현 밖에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도 나도) 고생했다."


오디션 연락을 받고 연습으로 가득 채운 일주일, 그 녀석은 힘듦을 받아들였고 버텼으며 덕분에 또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만약 합격한다면 어떤 삶들이 펼쳐질지에 대해서도 조금 생생하게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2주 안에 연락을 준다라, 나와 그 녀석의 2주는 마치 2달 같이 느껴질 듯하다. 오디셔너의 숙명은 이러하다. 결과를 알려주든, 안 알려주든 또 묵묵히 다음 오디션을 봐야 하는 것 말이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도 학원 내방 오디션에 참여를 했다. 2차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 녀석은 조금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었다.


"엄마, 나 오늘 좀 잘한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걸 보니 말이다. 이 녀석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이거다. 생각이 너무 많은 나처럼 일희일비하지 않고, 왜 단기간에 결과를 내지 못할까 슬퍼하지 않고, 또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도전을 이어가는 힘! 녀석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


녀석의 5학년은 스펙터클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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