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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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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un 11. 2024

내 아가에게

[이어진 마음]

아가야, 아가야, 내 아가야

달려라, 달려 빨리 달리거라

절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라


혹여 내 손을 놓치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달려라

저 멀리 보이는 다리 밑까지만 뛰어가라

도착하면 숨이 차더라도 숨소리도 내지 말거라


우리는 달리기 시합이 끝나면

바로 숨바꼭질을 시작할 거란다

밖에서는 술래가 찾기 위해

폭죽도 터트리면서 유인할 거란다


그 순간부터 눈을 꼭 감고 귀를 꼭 막으렴

어미가, 아비가 너를 꼭 안고

술래가 널 못 찾도록 도와줄 테니


혹여 파란 눈을 한 짐승들이

널 위협하려 한다면

가만히 죽은 척 엎드리거라

아무리 무섭고 두려워도 기척도 내지 말거라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니라

저 하늘 높은 곳에서 눈을 크게 뜨고

모든 걸 지켜봐 줄 달님과 별님이 있단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야, 소중한 아가야

우리 달리기 전에 한 번만 꼭 안아보자


예쁜 아가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가야

부디 부모를, 세상을 원망하거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거라

혹여 내가 죽거든 혼으로 남아서라도 너를 지킬 테니

네게 차마 하지도, 내뱉지도 못했지만

다음 생에서도 나의 자식으로 태어나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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