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그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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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한여름의 제로그램 – 그의 시점
나는 그 여름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진짜 끝이 될까 봐 두려웠다.
기차 안에서 그녀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우리는 분명 서로를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감정은 더 이상 살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마음이 멀어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고, 나도 서서히 익숙함 속에 파묻혀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 편지를 쓰자고 제안했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로 이별을 고하는 대신, 글로 묻고 싶었다.
내 편지엔 이렇게 적었다.
_"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지만, 이제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 그래도 함께한 시간이 내겐 전부였어. 네가 이 편지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의 나를 이해해 줘."_
밤바다에서 우리는 말없이 모래를 팠다.
조심스럽게 편지를 묻고, 아무 말 없이 파도를 바라봤다.
나는 말했다. “나중에 와서 보면 알겠지. 우리 마음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그 말은, 그저 나를 위한 위안이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침묵이 어떤 의미인지 끝내 묻지 않았다.
이별 후, 나는 그 바다에 다시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꿈속에서, 그 바다를 걷는 그녀를 본다.
그녀가 내 편지를 읽었는지, 그때의 나를 이해했는지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 여름의 기억만은, 무게 없이 내 마음속에 남겨두고 싶었다.
_"사랑은 끝났고, 그걸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는 아직도 그 여름에 머물러 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