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덜 익은 복숭아
눈에 띄지 않지만
오래 머무는
연보라색 같은 하루가 좋아
자꾸 붉어지고
쉽게 들뜨고, 쉽게 지고
그때는 그게 예쁜 줄 알았는데
요즘은
창문을 반쯤만 열어두고
바람이 흐르도록 놔두는 일이 좋아
노트에 가득 그어뒀던 선들을
지우개로 문지르다가
흐릿해진 나를 들여다보기도 해
달콤한 말보다 덜 익은 말에
마음이 오래 머무는 무심한 눈빛이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지거든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도 나는
나를 다 몰라서
그래도 가끔
내 그림자에 색이 들 때가 있으면
발그스레한 분홍이 아닌
연보랏빛을 따라
조용히 든 멍을
슬그머니 만지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