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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 영화에서 목격하게 될 것들

Movie Appetizer#30 닥터 스트레인지

인셉션+인터스텔라+해리포터+엣지 오브 투모로우+ ...
상상력의 자유, 해방된 카메라, 그래서 아이맥스
마블 유니버스의 확장과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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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영화팬들을 가장 설레게 했을 영화는 아마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니었을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후부터 기다렸을 이 영화는 예고편 및 하이라이트 영상 공개 이후, 기대감이 절정에 이르렀다. 믿고 봐도 좋을 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웅으로 초대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떤 개성으로 관객을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마블 스튜디오의 비전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


테크놀로지의 한계를 넘고 있는 아이언 맨과 앤트맨, 유전자 변형의 산물 헐크와 스파이더맨, 지구를 뚫고 우주까지 세계관을 확장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이어 마블은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세상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글에선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보게 될 몇 가지 이미지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품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트레인지 박사(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자유로운 동선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큰 공을 들였다. 화려함, 현란함, 장엄한 등 영화가 이미지로 줄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이 영화에 집약되어 있다. 덧붙여, 이 풍성한 볼거리를 조립해 하나의 영화로 완성한 솜씨에 정교하다는 말도 추가하고 싶다.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시각 효과가 뭉친 만큼,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연스레 몇 가지 걸작을 연상하게 한다.


현실의 공간을 해체하고 중력 법칙을 무시한 채, 건물들이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이 연상된다. 놀란 감독이 아날로그를 지향하면서 극대화했던 장면들이 마블의 손에서 디지털 효과를 거쳐 더 화려한 영상으로 구현되었다. 현실이 레고처럼 분해되고, 이 블록들이 재결합해 기이하면서도 엄청난 장관을 만들어 낸다. 재미있게도 이 재조립되는 장면은 <해리포터>의 마법 학교, 호그와트를 떠올리게도 한다. 호그와트 기숙사의 움직이던 계단에 놀랐던 게 무려 15년 전인데, 그 사이 영상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놀란 감독의 또 다른 걸작, <인터스텔라>가 시각적으로 구현한 ‘다른 차원’에 관한 이미지도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오버랩 된다. 우리가 존재하는 시·공간을 초월한, 또 다른 ‘차원’이란 설정은 <인터스텔라>가 보여준 그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때문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구현한 이미지에서 이 영화의 향수를 느끼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또한, 시간에 관한 독특한 설정을 보여준 <엣지 오브 투모로우>도 생각나는 지점이 있다. 이렇게 <닥터 스트레인지>는 앞서 존재한 걸작들이 보여준 다양한 시각 효과는 물론이고, 시간에 관한 독특한 설정 및 표현을 모두 품고 있다. 그렇게 마블의 세계가 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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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카메라

<토르>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외에 마블의 주요 무대는 지구였다. 스칼렛 위치와 비전, 플래시 등의 특수한 캐릭터가 있었지만, 대개의 마블 히어로는 지구의 물리법칙, 즉 중력의 규칙 내에서 활약해 왔다. 반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지구가 가지는 물리적 법칙에 구속되지 않는 판타지적 설정을 가지고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의 우주 이후에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지 궁금했었는데, 마블의 다음 소재는 초자연적 현상인 마법이었고, 덕분에 관객은 경험하지 못했던 액션을 볼 수 있다.


이전의 마블은 아이언 맨이라는 테크놀로지의 화신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이후엔 양상이 완전히 변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큰 변화 중 하나는 중력 법칙에서 벗어난 카메라이다. 변화한 공간과 그 물리법칙에 맞게 위치하는 카메라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역동적인 이미지로 담아낸다. 여기에 이 영웅의 시그니처인 망토가 더해지면, 카메라는 땅을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앞서 오버랩되는 영화들과 더불어 자유로운 카메라가 바라보는 것은 결국 하나다. 스크린이 구현한 엄청난 스팩터클.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하며, 아이맥스 관람을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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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유니버스의 균열, 그리고 가고자 하는 길

하나의 세계로서 진화해 온 마블 유니버스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등장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들이 구축하고, 공유한 세계에 금이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블랙 위도우나 호크 아이는 강해 보이지 않으며, 영웅으로서 새로운 빌런에게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공간의 초월 앞에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고철에 불과할 것 같고, 아이언 맨의 수트마저도 하찮아 보인다. 이제 막 등장한 마블의 스파이더맨에게 지금의 세계는 감하기 벅찬 재앙이다.


개별적인 영웅의 서사였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벤져스>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을 통해 모든 영웅이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환기해왔다. 그 때문에 개별 시리즈별로 강력한 영웅과 악당이 등장할수록, 그들이 여태 쌓아온 하나의 세계관과 영웅의 존재는 위협받게 되었다. 그들이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 보인다. 아마도 마블 스튜디오의 거대한 세계관 내에서 통일성 있게, 모든 영화를, 무리 없이 넘나들 수 있는 것은 ‘원 어보브 올’이라 불리는 ‘스탠 리’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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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을 보고서 ‘저 능력을 ~게 사용하면 모든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아?’라고 질문을 던질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부터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 및 마블 유니버스의 설정이 영화만으로는 설명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그리고 개별 영화와 마블의 전체 세계관 사이에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을 목격하는 순간이. 아직은 성공적이었고, 여전히 하나의 세계로 보인다. 이후 <블랙 펜서>, <어벤져스> 등의 영화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 속에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마블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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