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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대가의 꿈에 관한 꿈같은 영화

Appetizer#40 라라랜드

꿈을 가졌던 남녀는 결국 꿈을 이룬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꿈에서만 함께 할 수 있다.
어떤 꿈이 더 행복한가. 그리고 어떤 꿈이 더 간절했던가.



많은 관객이 <라라랜드>를 관람한 뒤,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City of Stars’를 비롯해 영화에서 들었던 곡들을 흥얼거리는 분들이 자주 목격된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가 마지막 연주로 영화를 한 방에 마무리 한 것(앤드류의 연주는 스크린과 현실을 둘로 쪼개는 듯한 임팩트가 있었다.)과 달리, <라라랜드>는 음악이 관객의 일상까지 뒤 따라와 놓아주지 않는다. 계속 꿈을 꾸는 기분이랄까. <위플래쉬>가 재즈 음악의 치열함을 표현했다면, <라라랜드>는 아름답고, 또 고독한 연애를 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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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감독에서 대가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라라랜드>를 내놓으며, 다가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을 받을 준비를 끝냈다. 영화의 매혹적인 면만큼 놀라운 건, 이 감독이 85년생의 젊은 감독이란 점이고, 몇 년 사이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라는 놀라운 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 두 편의 영화로 어떤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아직 판단하기 이르겠지만, 그는 적어도 음악 영화를 조율하고, 연출하는 감각엔 독보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로 다미엔 차젤레에 대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이렇다. 그는 영화를 음악처럼 연주하고, 극의 흐름에 리듬감을 불어 넣을 줄 안다. 재즈 연주자 ‘찰리 파커’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많다. (당연히) 재즈를 사랑한다. 배우 J.K. 시몬스를 좋아하며 활용할 줄 안다. ‘성공’에 관한 자신만의 관점이 있다. (이 점은 ‘영화 읽어주는 남자’의 비평에서 확인하시길)


그에겐 재즈만이 관심사일까. 그렇다면 재즈로 보여줄 이야기가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아니면, 모든 이야기를 재즈화 하는 특별하고 독창적인 스토리텔러일까. 다미엔 차젤레의 신작은 어떤 영화일까. 혹은 어떤 음악일까. 음악 영화의 대가 존 카니(<원스>, <비긴 어게인>, <싱스트리트>)에게 치열하고 열정적인 동료이자 라이벌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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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관한 꿈같은 이야기

<라라랜드>는 오프닝의 롱테이크 뮤지컬 장면부터 관객에게 선언한다. ‘이건 현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멋진 공연이야. 리듬에 몸을 맡기고, 영화라는 꿈의 세계에 들어와. 그리고 즐겨’.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관객을 멋진 공연으로 안내하는 <라라랜드>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귀를 열게 하고, 몽환적 이미지로 눈을 멀게 하며,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케미로 빚은 연애담으로 관객의 심장을 후벼 판다.


이렇게 <라라랜드>는 치명적인 매혹과 쌉쌀한 고독이 더해져 뭐라 말로 정의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게 한다.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를 감정이지만, 어떻게든 <라라랜드>는 ‘황홀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이 영화는 한 편의 공연이며, 하나의 마술이고, 그 옛날부터 카메라가 필름에 기록하고자 했던 상상과 꿈의 이미지를 열렬히 구현하고자 한 ‘영화’다. 꿈의 공장 할리우드를 무대로 정말 영화 같은 영화가 도착했다. 그저 관람을 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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