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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10. 2017

'한 판의 게임' 같은 영화

Appetizer#53 조작된 도시

호기심을 부르는 영화
만화적 캐릭터들의 집합
한국판 분노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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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시작되는 순간부터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과장된 액션으로 문을 열었다. 지창욱의 이미지가 월등하다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유치해 보이기까지 하는 액션이 이어진다. 영화를 보러 괜히 왔다는 의심이 들 때쯤, 여태 관객이 봤던 것이 1인칭 게임이었다는 것으로 밝혀지며 <조작된 도시>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앞서 언급한 유치하다는 표현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한 판의 게임’ 같은 영화

처음 <조작된 도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땐, 누아르의 향기를 느꼈던 거 같다. 현실에 근거를 두고, 음지의 세계를 보여줄 것이란 느낌을 받았고, 자연스레 그런 톤의 영화를 기대했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고전 영화 <무방비 도시>가 생각나, 더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작된 도시>는 현실의 문제를 끌고 오기는 하지만, 만화 혹은 게임적인 표현과 재미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앞서 언급한 1인칭 게임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관객을 준비하게끔 유도하는 장치다. ‘이제부터 신나는 게임 한 판을 관람하지 않을래?’, ‘이제부터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야’. <조작된 도시>는 주인공을 미궁에 떨어뜨린 뒤, 탈출하게 하는 이야기다. 이 탈출의 과정 동안 관객이 목격하는 것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종류의 인물과 사건, 그리고 ‘아이템’들이다. 엽기적이면서, 기발하기도 한 것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배트맨> 시리즈의 아이템,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자동차, <007> 시리즈의 첩보용 도구, 그리고 <오션스 일레븐>의 케이퍼 무비적 성격 등등 <조작된 도시>엔 다양한 영화적 산물이 한 화면에 담겨있다. 그런데도 이는 영화를 연상하게 하기 보단, 만화, 혹은 게임을 더 생각나게 한다. 이는 다양한 영화적 모티브와 세계관을 한 화면에 담으면서, <조작된 도시>가 다른 영화들을 도구화 했기 때문인 듯하다. <조작된 도시>가 차용한 영화는 단지 주인공이 필요한 장비 혹은 무기로서 소환되고, 그래서 그들 원작만의 고유한 느낌이 휘발된다. 남는 것은 <조작된 도시>만의 만화·게임적인 느낌이었고, 이들이 제공하는 오락성은 즐길 거리가 너무도 많아 즐거웠다.



만화적 캐릭터들의 집합

<조작된 도시>를 더 만화·게임처럼 가공하는 건, 등장하는 인물들의 뚜렷한 성격 덕이기도 하다. 이 영화엔 평범한 인물이 거의 없다. 성격이나 특색이 과장되어 있고, 저마다 고유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 해커, 첨단 장비 전문가, 특수효과 전문가, 건축학 교수 등의 다양한 직업군과 의리 있는 리더, 덜떨어진 폭력배, 지질하지만 치밀한 전략가 등 인물별로 다양한 성격이 있고, 이들이 충돌할 때 오는 재미가 있다.


<조작된 도시>는 다양한 특색을 가진 인물들이 자신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더 어필하려 애쓰는 경기장이다. 이런 형형색색의 캐릭터들이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영화 내에서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박광현 감독은 역할을 다 한다. 그는 다양한 맛의 캔디들을 하나씩 따로 먹어도 맛있고, 여러 개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을 수 있게 영화를 요리했다. 그 레시피를 음미해보길.



한국판 <분노의 질주>

끝으로, <조작된 도시>의 오락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데엔 차량 액션의 영향력이 컸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템포가 빨라지고, 짜릿한 재미를 준비해둔다. 그 중심에 있는 화려한 카 스턴트를 동반한 카 체이싱 씬은 정말 많은 공을 들인 장면이고, 국내 영화의 표현력이 좋아졌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할리우드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만 보던 장면들과 속도감이 후반부에 잔뜩 배치되어 있으니, 기대하고 관람해도 좋다.


영화를 본 뒤 한국의 도로에서, 국산 차로, 한국판 분노의 질주를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근래에 <아수라>, <공조>, <마스터> 등에서 액션팀들은 한국 도로가 좁게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동선을 활용해, 강렬한 카 체이싱 장면을 만들어 냈었다. 여기에 <조작된 도시>는 여태 볼 수 없었던 빠르고, 참신하며, 에너지 넘치는 차량 질주 장면이 있어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 모처럼 영화관에서 볼만한, 작정하고 만든, 신나는 오락 영화가 도착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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