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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ul 05. 2016

미래파 소년을 응원하며

[시네 프로타주] 싱 스트리트(파일럿 NO.1)


시네 프로타주 <싱 스트리트>


존 카니 감독이 돌아왔습니다. <원스>, <비긴 어게인>의 중간쯤에 있는 듯한 <싱 스트리트>로 말이죠. 남자와 여자,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음악이란 매개체는 존 카니 감독의 반복되는 소재이자 구성이었죠. 그는 매번 이 재료를 성공적으로 조율하고 변주하고 있습니다.


<싱 스트리트>는 아일랜드의 80년대, 한 소년이 짝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고자 밴드를 결성하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엔 감독과의 연관성이 느껴지는 부분이 몇 가지 있죠. ‘아일랜드’라는 공간은 그의 데뷔작 <원스>의 무대이며, 또, 감독의 고향입니다. 그리고 80년대 소년이란 설정은 자신이 성장기에 경험한 시대를 다룬 것이기도 하죠. 존 카니 감독은 과거를 소환에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시네 프로타주가 선택한 첫 번째 영화 <싱 스트리트> 지금 시작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부터 들여보겠습니다. 존 카니의 80년대 아일랜드는 어떻게 재현되었을까요. <싱 스트리트>의 공간은 우울하고 우중충합니다. 태양이 빛을 잃은 듯하고, 도시 전체가 물 먹은 종이처럼 축 늘어져 있죠. 그리고 저는 이 공간을 무채색이 지배하는 도시라 말하고 싶네요.


이 도시는 색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한 공간입니다. 새 학교로 전학 온 코너에게 학교는 갈색 신발을 금지하죠. 검은 신발로 당장 바꿔 신으라 ‘명령’합니다. 또, 조∼금은 난해하지만, 귀여운 코너와 친구들의 감각적인 스타일도 허락하지 않죠. 이 학교, 그리고 도시는 아이들에게 색이라는 것, 즉 개성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 공간에서 그들은 색을 잃고 병들어가죠. 이런 아이들에게 꿈이란 건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이들은 이 무채색 도시의 일부가 되어가는 거죠.


이때, 코너를 구원해 주는 건 ‘라피나’라는 뮤즈였습니다. 코너가 라피나에게 끌린 이유는 과학이라 할 만하죠. 짙은 화장으로, 강렬한 색깔을 뿜어내는 라피나. 그녀는 색을 상실한 코너의 상실감을 보상해줄 대상입니다. 또, 그녀 덕에 소년은 성장합니다. 설레고, 질투하고, 상처받으며 ‘사랑’이란 걸 배우죠. 그리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는 당돌한 남자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그의 음악도 풍성해지죠. 제 귀도 즐거웠으니, 라피나에게 고마워해야겠네요.



라피나와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싱 스트리트>의 소년들은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색을 앗아간 학교에 통쾌하게 저항하기도 하죠. 그렇게 라피나는 아이들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되찾아 줍니다. 그 어려운 걸 라피나가 해냈네요.


하지만, 라피나가 정말 대단한 건 따로 있습니다. 라피나는 모델이 되고 싶어했고, 그래서 런던이라는 공간을 동경했죠. 그런 그녀를 보며 코너도 아일랜드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사랑하면 서로 닮아 간다더니 코너도 라피나를 닮아갑니다. 그렇게 그녀는 코너를 아일랜드에서 탈출시키죠.


<싱 스트리트>에서 아일랜드는 사람을 시들게 하는 공간입니다. 탈출을 꿈꿨던 코너의 엄마와 형 브랜든은 아일랜드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들의 현재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이들과 달리 코너는 자신의 소년성을 대변하는 작은 배를 타고 항해 오르는 선장이 됩니다. 그렇다면 바다로 향해 나아가며 끝나는 열린 결말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항해를 시작하자마자 거친 비, 바람, 파도를 만나며 코너의 앞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미래파 소년은 탈출에 성공하고,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일랜드 밖에서 성공하고 돌아온 존 카니에겐 이 영화는 해피엔딩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항해를 시작했다는 것, 꿈을 위해 큰 첫 걸음을 시도했다는 데 있지 않을까요. 감독은 그 시도를 응원하며 “Drive it like you stole it”이라는 음악을 준비해뒀습니다.


“네 인생이야, 넌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지금까지 여러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응원하는 <싱 스트리트>였습니다. 시네 프로타주도 다음이 있겠죠? 다음 시간에 새 영화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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