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시작한 지 몇 년이 됐다. 국비 지원 과정도 다녔고 현장 경험도 쌓았다. 그런데 취업 공고에서 컴퓨터공학 관련 학사학위 우대라는 항목이 눈에 걸린다. 정보처리기사를 따려고 보니 응시자격이 4년제 학사학위 또는 106학점이다. IT 분야로 이직을 준비하는데 비전공자라는 꼬리표가 서류 단계에서 걸린다. 정규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때 두 가지 경로가 눈에 들어온다. 독학사 컴퓨터공학과 학점은행제 컴퓨터공학이다. 이 두 경로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엮어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방향이 정해진다.
독학학위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국가시험 제도다. 4단계를 모두 통과하면 일반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사학위가 수여된다. 컴퓨터공학 전공은 2022년 컴퓨터과학에서 명칭이 변경됐다. 시험은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각각 연 1회 진행된다. 1단계(교양과정)는 2월, 2단계(전공기초)는 5월, 3단계(전공심화)는 8월, 4단계(학위취득 종합시험)는 10월 전후에 시험이 열린다. 각 단계에서 과목당 5학점(1단계는 4학점)이 인정된다. 2단계와 3단계는 최대 6과목까지 응시 가능하므로 단계당 최대 30학점이다. 컴퓨터공학 2단계에는 C프로그래밍, 논리회로, 자료구조, 컴퓨터구조, 운영체제 등이 포함된다. 3단계에는 데이터베이스, 컴퓨터네트워크, 소프트웨어공학, 알고리즘, 인공지능, 컴퓨터그래픽스 등이 있다. 3단계부터는 주관식이 포함돼 난이도가 올라간다.
독학사 컴퓨터공학 4단계를 모두 통과하면 학사학위가 나온다. 이 경로의 장점은 비용이 낮고 기간이 짧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4단계에 합격해야만 학위가 수여된다는 구조다. 1~3단계를 모두 통과해도 4단계에서 탈락하면 학위가 없다. 반면 1~3단계에서 합격한 과목들은 학점은행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1단계 합격 과목은 과목당 4학점, 2~3단계는 과목당 5학점이다. 단, 4단계에서 전 과목 합격해 독학사로 학사학위를 취득하면, 이미 취득한 학위 과정의 과목들은 학점은행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독학사 1·2과정으로 학점은행제 학점을 빠르게 채우고, 학점은행제 온라인 수업과 자격증을 병행해 컴퓨터공학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경로다.
독학사 컴퓨터공학의 합격률은 2과정 기준 약 73%, 3과정은 59% 수준이다. 4단계 전체 합격률은 45% 내외다. 4단계 전 과정을 1년 안에 통과하는 것은 준비 수준에 따라 가능하지만, 직장이나 생업과 병행하는 경우에는 더 긴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학점은행제와 병행할 때의 구조는 이렇다. 독학사 1단계로 최대 20학점(교양), 2단계로 최대 30학점, 3단계로 최대 30학점을 학점은행제에 인정받을 수 있다. 이 학점들이 학점은행제 컴퓨터공학 전공필수 과목과 겹치면 전공 학점으로 분류된다. 학점은행제 온라인 수업은 연간 최대 42학점 한도가 있으므로, 독학사로 학점을 보충하면 그 한도를 넘어서 학점을 빠르게 채울 수 있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14학점), 네트워크관리사 2급(14학점), 정보처리산업기사(16학점) 같은 자격증도 전공 학점으로 인정된다.
독학사 컴퓨터공학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건 목표다. 독학사만으로 학사학위를 받을 것인지, 학점은행제 컴퓨터공학 학사학위를 목표로 독학사를 보조 수단으로 쓸 것인지가 다르다. 목표가 다르면 어느 단계까지 시험을 치를지, 어떤 과목을 우선할지가 달라진다. 4단계까지 합격하는 독학사 학위를 목표로 한다면 시험 중심으로 설계한다. 학점은행제 학위를 빠르게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면 1~2단계 독학사로 학점을 채우고 나머지를 수업과 자격증으로 메운다. 어느 쪽이든 컴퓨터공학 전공필수 6과목인 데이터베이스·자료구조·알고리즘·컴퓨터구조·운영체제·컴퓨터네트워크의 학점 충족이 핵심이다. 방향을 먼저 잡고 출발해야 학점이 낭비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