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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관하여

변호사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탑 5를 뽑아 보라면, 그 안에 반드시 들어갈 항목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무고죄>이다. 워낙 고소, 고발에 별다른 제약 없이 이루어지다보니 말도 안되는 황당한 사건이 많은 터. 그저 해당 형사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는 절대 해당 '피고소인의 분'은 다 풀리지 않는다. "법만 없다면, 가서 그XX 죽이고 오고 싶다."는 말도 흔하게 나오는 것이 바로 무고한 피의자가 되어, 경찰서 검찰청 법원 왔다갔다 한 사람의 미추어버리는 심리라는 것이다.





무고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형법 제156조 참조). 무고죄는 국가의 기능에 대한 죄 중 하나로, 그 보호법익 또한 국가적 법익으로 이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 국가적 법익이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1설은 국가의 심판기능 내지 형사 또는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를 의미한다고 하나, 2설은 국가의 심판기능 자체의 적정이 아니라 형사 또는 징계처분에 대한 절차개시의 적정, 즉 수사권 또는 징계를 위한 조사권의 적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느설을 따르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무고괴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라는 점이다. 형법전의 체계상 대부분의 범죄는 (물론, 일반인들에 대한 인지도나 친근함의 관점에서)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 중 특정한 사안들에 관하여는 국가형벌권의 발동을 예정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무고죄>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로서, 개인이 국가를 대상으로(그 내용을 재판권으로 보든, 수사권으로 보든)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엄중히 처단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판사, 검사, 경찰에게 거짓말하고 기만했다는 것이니 용서치 못할 일임이 충분히 예측된다.







무고죄 관련한 법률상담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1. 무고죄로 고소를 하고자 하는 피해자 입장

2. 무고죄로 고소를 당해 피의자/피고인이 된 입장 


위 1.의 사례에서 변호사가 하는 일은 결국 '고소대리인' 즉, 피해자의 변호사가 되는 것이고, 

위 2.의 사례에서 변호사가 하는 일은 '변호인' 이 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상 1.과 2.를 굳이 비교하자면, 1.의 경우에서 사건을 맡게 된 경우가 훨씬 많았다(물론,, 정확히 사건 수를 세어 통계를 내어 본 것 까지는 아니나, 나의 머리속에 새겨진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이 말을 바꾸어 본다면, 실제로 무고죄로 기소까지 되어 재판까지 가는 사례는 결코 많지 않으며, 무고죄로 피의자 지위, 그러니까 수사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꼭 변호사 선임까지는 하지 않고 잘 끝나는 사건이 많다는 말이다. 그만큼 현실 세계에서 무고죄는 참으로 성립시키기 어려운 범죄라는 것은 문제이다. 내가 변호사로서 사건과 의뢰인을 대하면서, "와 .. 이거 진짜 억울하겠다. 상대방은 정말 허위사실인걸 알고 처벌을 받게 할 목표를 띠고 고소를 한 것인데..." 한 경우라도 고소인(피해자로 칭해지는 자)의 고소권을 지나치게 선의화 하고 지나치게 보호해 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때도 적지 않았다.








특히나, 무고죄는 성범죄 사례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성범죄의 경우 그 죄명을 불문하고 적합한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피해여성의 진술만으로도 충분히 유죄가 인정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구속(징역) 등 엄중한 처벌까지도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재 실무이다. 죄를 지은 것이 맞다면, 미꾸라지 처럼 빠져나가려는 얄팍한 술수나 그럴싸한 거짓말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일 뿐일테지만 (변호인 입장에서도 그런 의뢰인을 마주할 때가 있으나, 변호사로서 아무리 해당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의뢰인으 그런 모습이 너무나 뻔히 보일때는 결국 사임하거나 사건을 아예 의뢰받지 않게 된다), 죄를 지은 사실이 전혀 없는데, 범인으로 지목되어 형사절차의 대상자가 되는 입장이라면 그 억울함은 타인의 상상력으로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극한의 감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선고된 판결 중 아주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피의자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고소인을 무조건 무고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하급심 그러니까 대전지방법원(2020노2758)에서 선고된 판결이기는 하나,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되어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효과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참고로, 대법원 파기환송판결의 경우 하급심은 그에 구속된다). 무고죄가 되려면 허위사실을 신고해야 하고, 타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허위사실을 신고했다는 점에 관하여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며, 특히 성범죄는 내밀하고 사적인 영역이 지배하므로 당사자들 외 외부인은 정확한 내막을 잘 알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러니까, 성범죄는 두 사람만 아는 것이고, 설사 피해자의 피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혐의처분 종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그저 피해자의 피해 주장이 진실하지는 않는다는 정도의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했다는 적극적인 증명은 또 다른 문제라는 말이다. 참으로 말장난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무고죄는 타인을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한다"며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라 단정해 무고죄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이뤄져 당사자들 외에 그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고,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르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A씨가 일부 보인 행동들이 성폭력 피해자로서 전형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거나 B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A씨가 주장한 사실 자체를 허위라고 볼 수 없는 이상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https://youtu.be/xdh2hAuBNf8







여기까지 보고나면, 그럼 도대체 무고죄는 언제 성립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의뢰인들과 법률상담을 하면서 무고죄로 고소해서 처벌받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해 볼 수는 있다고 소극적으로 조언해 준 것이 대부분이었다....-_-) 무고죄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례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아래 소개한 대법원판결의 요지만 보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으니, 정확한 이해와 학문적 성장을 목표로 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해당 판결의 이유에 기재된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기 바란다(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서 누구나 검색이 가능한 판결들만 소개하였다). 


                                            



1) 도박자금으로 대여한 금전의 용도에 대하여 허위로 신고한 것이 무고죄의 허위신고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이 1999. 6.경 도박현장에서 공소외인에게 도박자금으로 120만 원을 빌려주었다가 이를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그 중 100만 원을 수표로 받았으나, 그 수표가 사고수표임이 밝혀져 결국 변제받지 못하였다), 2001. 6. 27. 위 금원을 도박자금으로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감추고 단순한 대여금인 것처럼 하여 공소외인이 120만 원을 빌려 간 후 변제하지 아니하고 있으니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로 고소하였고, 은평경찰서에서 고소보충 진술을 하면서 금전의 대여경위에 대하여 공소외인이 사고가 나서 급해서 그러니 120만 원을 빌려주면 다음날 아침에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갚아 주겠다고 하여 금전을 빌려준 것이라고 허위로 진술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공소외인에게 도박자금으로 대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그 대여금의 용도를 묵비한 것을 넘어서 실제와는 다른 장소에서 공소외인에게 사고 처리비용조로 금전을 대여하였고 공소외인이 그 다음날 바로 변제하겠다고 약속하였다는 내용으로 고소하여 그 대여한 금전의 용도에 대하여 허위로 진술한 것은,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고소내용을 근거로 피고소인의 범행방법을 특정하여 수사권을 발동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당해 행위에 있어 사기죄의 기망행위와 편취범의를 조사하여 형사처분을 할 것인지와 어떠한 내용의 형사처분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에 이르는 내용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소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신고내용에 포함된 허위의 사실이 독립하여 형사처분 등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거나 허위의 일부 사실의 존부가 전체적으로 보아 범죄사실의 성립 여부에 직접 영향을 줄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피고인은 고소 당시에 고소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인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무고의 범의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유죄로 처단하였는바 .... (대법원 2003도7178 판결).   



2) 피고인이 갑 주식회사에서 리스한 승용차를 을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차용하면서 약정 기간 내에 갚지 못할 경우 이를 처분하더라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였는데, 변제기 이후 을 등이 차량을 처분하자 피고인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처분하였다는 취지로 고소한 사안에서, 위 고소 내용은 허위사실 기재로서 그 자체로 독립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1도11500 판결)



3)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공무소에 신고하면 성립되는 것이고 허위의 사실을 기재한 고소장을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한 이상 고소장을 작성할 때 변호사등 법조인의 자문을 받았다 하더라도 무고죄의 성립에는 소장이 없다.  (대법원 86도1606 판결)


                   

4) 경찰관이 갑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상황에서 을이 경찰관을 폭행하여 을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는데, 을이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업무를 방해한 일이 없다며 경찰관을 불법체포로 고소한 사안에서,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8도8573 판결)










무고죄 성립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허위사실의 신고>,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 이 두 가지이다. 무고죄에서 말하는 허위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하므로, 신고한 고소장의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할 때에는 무고죄가 성립할 여지 자체가 없다. 문제는 고소장에 기재된 신고(고소)의 내용 중 일부만이 허위일 때인데, 이러한 경우 우리 대법원 판례는 신고된 사실이 허위인가의 여부는 사실의 핵심 또는 중요내용이 진실과 부합하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즉 일부 허위인 내용 부분이 핵심/중요내용이면 무고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타인을 형사처분(징계처분) 받게 할 목적의 의미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은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고 결과발생을 희망하는 것까지는 필요없다는 입장이나 학계에서는 비판이 있다. 





https://youtu.be/MEy7HqBp3_I





만약, 피무고자, 그러니까 신고 대상자의 '허락'(동의)를 얻어 허위신고 하였다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게 될까? 이를 법에서는 어려운 말로 '피해자의 승낙이 위법성 조각사유가 되는가?'의 논점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무고죄의 보호법익이 국가의 심판기능이라는 국가적 법익임이고 그러한 국가적 법익을 개인이 함부러 처분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 피무고자가 자신을 무고할 것을 동의(승낙)하였다고 하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게 된다(나머지 무고죄 성립요건이 다 인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무고죄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꼭 챙겨야 할 쟁점은, <자백, 자수 특례> 규정의 존재이다. 무고죄를 범한 자가 그 신고한 사건의 재판 도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형법 제157조, 제153조 각 참조)는 조항인데, 이는 필요적 형감면사유이므로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실익을 가진다. 여기서 자백이란, 자신의 범죄사실, 즉 타인으로 하여근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였음을 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이 규정 관련하여도, 올해 2월에 선고된 흥미로운 대법원 판결이 하나 있다. 사실 재판하는 판사, 검사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한다. 그 실수가 의도적인지 아니면 정말 실수인지까지는 차마 알 수 없으나 판결을 받아보고 황당함을 느끼는 때가 종종있다. "판사가 정말 이러한 법리나 법령을 몰랐나?" vs "판사가 사건 기록을 전혀 보지 않고 판결했나?" 이 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것이다. 무고죄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는 범죄를 전면 부인했으나 무고죄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1년이 선고되었고, A씨는 즉각 항소장을 제출하며 항소이유서를 통해 "무고죄 범죄를 인정한다"는 자백 취지로 입장을 바꾸었다. 항소심 법원은 A씨가 항소심에서 비로소 무고를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며, 1심 유죄(징역 1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이러한 항소심 판결이 형법 제157조, 제153조의 법령에 위반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항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형법은 무고죄를 범한 자의 재판 확정 전의 자백을 필요적 감경 또는 면제사유로 정하고 있고, 자백의 절차에 관해서는 아무런 법령상의 제한이 없다"며 "수사기관에서의 고백이나 재판부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고백, 무고 사건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서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의 신문에 의한 고백 또한 자백의 개념에 포함된다"면서, "A씨는 항소심에서 허위 사실로 고소했음을 자백했으므로 형법에 따라 형의 필요적 감면조치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며 원심을 파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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