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May 16. 2016

스타트업 시작을 위한 준비

  스타트업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후, 어떤 식으로 도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 내가 택할 수 있었던 선택지 중 하나는 기존의 동호회 형식으로 진행되던 모임을 스타트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엔 이것을 더 깊게 생각했지만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모습의 스타트업은 어떤 형태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정리해봤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내가 경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앞선 글에도 썼지만 난 개발자,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쌓고 싶었고 경영자의 역할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즉, 나는 경영과 기타 다른 것들을 처리해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내가 개발자로서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중에 나와 함께 서비스와 회사를 기획하고 운영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선 나와 같거나 혹은 비슷한 비전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 사람은 나와 고용관계 같은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함께 팀을 운영해 나아갈 사람이어야 했다.


  두 번째, 어느 정도 규모가 커져서 안정적인 형태가 된 스타트업은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만약 그런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되면 늦깎이 멤버가 될 것이고 어느 정도의 지분은 받더라도 사실상 고용관계에 가까울 것이다. 고용 관계로서 회사를 다닌다면 사실 굳이 스타트업을 택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내가 스타트업을 시작야겠다고 마음먹은 동기는 실력 키우기와, 사업 도전이었는데 고용관계로서 들어간다면 사실상 사업 도전의 동기는 포기하는 셈이었고 실력 키우기는 다른 좋은 IT기업으로 이직을 해서 그곳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으로 보였다. 따라서 실력을 키우면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나의 동기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직접 팀을 꾸려나갈 필요가 있었다.


  세 번째, 파트너로서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 '아무나'여서는 안된다. 사실 사람을 보고 '아무나'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절대 이런 사람은 안돼'라는 기준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우선 개발자를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개발자를 단순히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개발은 상당히 독특한 과정을 거친다. 보통 기계공학과나 건축학과를 나온 사람들은 일을 할 때 설계도를 만드는 일이 주되다. 그리고 그 설계도에 따라서 직접 만드는 현장에 계신 현장 전문가가 따로 있다. 하지만 개발은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개발자가 담당한다. 그리고 설계에 따라 제작하면서도 더 좋은 퍼포먼스와 더 좋은 유지보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설계를 바꿀 수도 있어야만 한다. 즉, '생산'과는 일의 방식이 많은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생기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이어서 말하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이디어만 있고 이를 구현해줄 개발자가 필요해'하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피하기로 했다. 아이디어를 논리적인 요구사항으로 만들지도 못하고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가질지에 대해 어떤 고려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개발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IT스타트업을 하고 싶으면서도 무지한 채로 있고 싶어 하는 사람 같았다. 게다가 아이디어란 것은 개발자들도 얼마든지 낼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아무 기술도 모른 채 '대충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사람들보다 아이디어를 더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때문에 개발에 대한 이해가 없고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도 없는 사람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경영이든 마케팅이든 혹은 영업이든 자신만의 무기, 내가 할 수 없는 무기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애초에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는 아이디어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아이디어는 나도 얼마든지 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영, 마케팅 혹은 영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완벽한 전문성을 가지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학습하여 실력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애초에 나도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고 서로 가지지 못한 부분을 학습을 통하여 채워나간다면 그걸로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개발자는 굉장히 귀하다. 때문에 개발자인 나로서는 개발자를 바라는 많은 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앞서 말했던 요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때 당시 아직 스타트업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나는 이후로 위의 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틈틈이 시간이 남는 대로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찾아다녔고 개발자를 구하는 사람들의 글과 그에 대한 개발자들의 생각 또한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을 결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