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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hoo Oct 05. 2023

K-POP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면

“국민 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 1위 연습생의 선창으로 시작하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취지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 지배적인 시대에 중소형 기획사 연습생들이나 일반인에게도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참가자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 이에 걸맞게 <프로듀스 101> 시리즈 최종 데뷔 연습생들 중에는 유명 기획사 출신 연습생 대신 개인 연습생들이 자리를 차지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취지를 갖고 진행되는 줄로만 알았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뒷면에도 부정적인 면은 숨어 있었다.


대중이 연습생에게 관심을 갖고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각의 연습생만이 갖고 있는 서사 때문에 시청자는 그들에게 빠져든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평가 과제를 이용하여 연습생들의 개인적 성향이나 그들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하지만 제작진은 여기서 ‘악마의 편집’을 하게 되는데, 이는 A연습생의 영상에 B연습생이 한 말을 자막으로 달아 A연습생이 한 말처럼 만든다거나 말다툼 뒤에 화해하는 부분은 편집한다거나 해서 영상을 자극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연습생들의 이미지를 제작진이 임의로 조작하는 행위이며, 시청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조차 선택된 연습생들만이 대중의 관심을 끌 서사를 부여 받고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말인데, 이것은 기회를 골고루 부여하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상당히 어긋나는 일이다.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팬 문화 또한 부정적으로 발전했다. 최종 데뷔 멤버가 결정되는 최종회에는, 시청자의 문자투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특정 연습생의 팬들은 모금을 진행하여 각종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열었다. 경품은 치킨 교환권부터 시작해서 심하게는 해외여행권까지 있었고, 이들은 문자 투표를 구걸하며 길거리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홍보하는 피켓을 들고 다녔다. 따라서 평소에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문자 투표에 참여하게 되었고, 좋은 경품을 내놓았던 팬들을 가진 연습생이 이기는 게임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결국 팬들 사이에도 더 비싼 경품을 걸기 위해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돈을 이용하여 연습생을 데뷔시키려는 팬들의 행동 역시 공정하지 못했다고 본다.


<프로듀스 X 101>의 종영 이후, 최종 데뷔 멤버 득표수에 대한 조작 논란이 있었다. 최종회에서 공개된 득표수가 모두 20위 연습생의 득표수의 배수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PD가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부정 청탁을 받았고, 이로 인해 내정된 연습생들이 최종으로 데뷔한 것이 밝혀지자 이에 분노한 시청자들은 진상 규명 위원회를 만들어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고 메인 PD는 조작을 인정했으며, 현재 재판 중에 있다. ‘국민이 뽑는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방영했던 프로그램의 제작자로서 큰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준 것이다. 조작 논란으로 더 이상의 활동이 불가하게 되자 결국 <프로듀스 X 101>에서 데뷔한 그룹 ‘엑스원’은 2020년 1월 6일,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이전에 진행된 <프로듀스 101>시리즈에서도 조작 의혹이 발견되면서 전 시즌의 팀인 ‘아이즈원’ 또한 활동 중지를 선언했다. 이 사례들을 보면, 시청자에게 모든 선택권을 맡긴 프로그램답게 프로그램과 그룹의 몰락까지 시청자의 손에 맡긴 꼴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프로듀스 101>시리즈는 시청자에게 선택권을 주어 참여를 유도하고, 투표로 소통하며 방송 측면에서는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어린 연습생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시청자들을 속이고 기만하는 태도가 숨어있었다. 이 과정에서 상처받은 연습생들과 무시당한 시청자 등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팬 문화가 경쟁을 과열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더욱 비판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는 <프로듀스 101>시리즈의 몰락을 본보기로 삼아, 참가자들의 꿈을 이루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 맞게 공정하고 옳은 방향을 추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1) 김유진,「‘프듀’ 안준영PD “내가 바보였다”…방송조작 인정」,『국민일보』, 2020.04.28.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525552&code=61181611&cp=nv, 접속일 2020. 5. 9.

2) 박건식, <PD수첩>1214회-CJ와 가짜 오디션, MBC, 2019.10.15.

3) 안준영, <프로듀스 X 101>, Mnet, 2019.

4) 우루루·남윤재, 「〈프로듀스 101〉시즌2의 서사연구 경쟁과 육성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제 18권 제 7호, 한국콘텐츠학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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