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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가평의 밤 [가평 숙소 | 마콤스테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어두울수록
빛나는 별과 같이


글ㆍ사진  김송이


하루아침에 찾아온 영하의 날씨다. 바람이 시려서인지 울퉁불퉁한 삶의 표면은 유독 날이 섰다. 올해가 삼재여서 그런가. 무엇이 되었든 이번 겨울은 유난스러울 것 같다. 출근길, 지난밤 강풍에 물들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진 은행잎을 보며 문득 억울함이 들었다. 이렇게 가을을 보낼 수는 없지.



보납산의 단풍나무가 손에 꼽힐 즈음, 나는 마콤스테이를 찾았다. 부담 없는 마음으로 1시간 30분을 달려 가평에 도착했다. 숙소에 다다를 즈음에 배추를 수확하는 농부들, 마을 회관에서 기르는 시골 강아지들을 만났다. 대도심 옆에 이렇게 소박한 마을이 있을 수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다가오는 차에 우리가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으니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반갑게 인사한다. 순수한 마음이 예뻐 열심히 어루만져 주었다. 



마콤스테이의 '마콤(MAQOM)'은 히브리어로 '네가 서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보납산과 북한강을 앞에 둔 사룡리 작은 언덕 위에 꼿꼿하게 서 있다. 스테이 옆에 주차 공간과 갤러리도 위치한다.


이곳은 김개천 건축가가 공간을 설계하고 빛의 조각가 임명옥 교수의 작품이 내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작품과 소품이 준비되어 있어 머무르면서 작품 구경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습지 식물이 자리한 정원에 크리스마스트리, 내부 복도에 미슬토가 걸려 있다. 크리스마스는 당일보다 기다릴 때가 더욱 설레는 법. 우리는 연말 무드가 가득한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당에는 65마리의 붕어가 사는 넓은 못이 있다. 나오니까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붕어들이 따라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고운 다홍빛을 띤 붕어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수면처럼 잔잔해진다. 


붕어 밥도 준비되어 있어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다. 붕어 밥과 횟수는 대면 체크인 시에 안내받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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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를 나와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면 철제 작품과 신선봉(옛날에 신선들이 바둑과 장기를 두며 놀던 곳이라고 한다)이 보이는 곳에 불멍존이 마련되어 있다. 충분한 장작과 불쏘시개 등도 있으니 여자들끼리 와도 어렵지 않았다. 불멍과 함께할 저녁이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마콤스테이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임명옥 교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빛의 조각가. 어두울수록 그녀의 작품은 발하기 시작한다. "빛은 사물을 신성한 것으로 변경시킨다." 어느 인터뷰에서 임명옥 교수가 말한 그 문장처럼 계단, 화장실 그리고 2층 침실까지 참으로 특별하지 않은 공간들이 빛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듯하다.



2층은 침실과 주방, 테라스가 있다. 침실은 문을 열면 개방형으로, 문을 닫으면 분리형으로 나누어진다. 하나의 통로로 침실 ~ 주방까지 이어진 점도 흥미로웠다. 최대 8인까지 머무를 수 있어 넓은 주방과 식탁, 그리고 다양하게 갖추어진 식기류를 보니 작은 파티를 하기에는 더없이 적합할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야외 의자에 앉아 일몰을 보고 있으니 저녁의 찬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불멍하러 가야지. 집에서 챙겨온 고구마들을 호일에 투박하게 싸매고는 바깥을 나선다. 


 

불가에서 손을 녹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쏟아진다. 최근에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있던가. 맑은 산 공기, 별이 빛나는 밤, 군고구마의 온기. 사소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것들이다. 작은 행복들이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감을 느낀다.



아침에 피어오른 물안개처럼 마콤스테이에서 보낸 어젯밤은 마치 신비로운 꿈을 꾼 듯하다.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이곳을 보며, 어두울수록 더욱 밝게 빛을 내는 별을 보며 우리는 조금 더 힘을 내보려 한다. 커피를 마시며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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