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
2023년 12월 30일 자전거를 내 품에 받은 이후 여러 가지 여정이 있었고, 지금 하필 자전거가 아플 때 첫 글을 발행하게 되었다. 유쾌하지 않은 시작이지만 유쾌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며 신나게 글을 시작해 본다!
먼저 내 자전거를 소개하자면, 독일의 '캐니언'이라는 브랜드의 '에어로드'라는 자전거다. 약 8kg의 무게에 초경량 에어로 머신이라는 칭호를 가졌으며, 네덜란드의 한 선수가 이 자전거를 타고 세계 자전거 대회 포디엄을 휩쓸었다. 페달을 밟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공기를 가르는 요란한 풍절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한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질주할 때 특유의 큰 풍절음과 라쳇 소리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나 같은 관심종자는 신나게 그 시선을 즐기며 순간을 만끽한다. 색상도 리미티드 에디션의 우주색이라 하차감도 끝내준다. 가격은 약 1500 만원으로 남들이 들으면 '그돈씨'를 시전 하지만, 난 정말 만족하며 잘 타고 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어려운 말이 있듯이, 이 친구가 아파서 오늘 자전거포에 입고됐다. 입고 원인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크랭크 파워미터와 Di2라는 부품에 접촉불량으로 충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TMI로 문제 부품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파워미터란 페달을 밟는 힘을 측정하는 부품이고, Di2는 변속을 전동으로 해주는 부품이다. 내 자전거는 기어 변속이 기계식이 아닌 전동식으로, 기어 변속 버튼만 클릭하면 빠른 속도로 기어 변속이 이루어진다. 전동변속 시 들리는 '찌잉' 소리에 돈 G랄을 한 보람이 있다는 짜릿함을 느낀다.
크랭크 파워미터와 Di2 모두 케이블을 바꿔서 충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충전이 되지 않았다. 충전되는 부분 접촉불량이 틀림없었다. 따라서 자전거 홈페이지에서 워런티 접수를 하고, 성수에 있는 자주 가는 자전거포에 자전거를 맡겼다. 고장 난 자전거 부품처에 해당 부품을 보내 문제를 진단받은 후 교체받을 예정이다.
자전거포에 가서 입고 전 먼저 진단을 받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각 부품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자 거짓말같이 Di2 부품은 충전이 되는 것이다. 젠장. 어이가 없었다. 내심 충전이 잘 안돼서 새 부품으로 교체받길 바랐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동공이 흔들리며 사장님께 "혹시 이 부품도 워런티가 가능할까요?" 물었다. 다행히 사장님께선, "이 부품이 충전이 되었다 안되었다 하더라고요. 일단 다음 주 월요일 정확하게 부품관계사와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네요."라고 답변 주셨다. 꼭 전부 교체받았으면 좋겠다. 종교는 없지만 기도제목이 생겼다.
이렇게 진단을 잘 받고 자전거를 맡긴 뒤, 약간 걱정되는 마음으로 복귀했다. 어차피 부품을 교체하게 되면 바로 이 자전거를 탈 것이 아닌 또 다른 무시무시한 꿍꿍이가 있기 때문에, 일단 부품 교체가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 자전거를 무사히 잘 입고시킴에 감사함을 느끼며 첫 번째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