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민경 Jul 23. 2022

내 인생 트렌드는 우상향일거야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누가 저거 사서 팔아 얼마 벌었고, 누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고. 요즘 내 유튜브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영상들의 내용이다. 처음 이런 영상들을 봤을 때는 심드렁했다. 그런 나의 반응과는 다르게 댓글창은 뜨겁다. 여기저기 따라 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꼭 동참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생긴다.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 알게 모르게 FOMO가 나의 뇌를 지배한다. 불안하니 남의 말을 더 듣고 싶고, "검증된" 과거 데이터를 알고 싶고, 나아가 내 선택을 "전문가"에게 위임하고 싶다.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다. 불안함의 감정을 새로운 정보를 통해 없애고 싶다. 그리고 뇌를 잘 속인다. 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그래, 열심히 산 건 맞지. 열심히 정보를 주워 담아 정리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게 목적이 된다면? 인풋중독이라는 순환참조의 늪에 빠지는 거지 뭐.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정보가 차고 넘치는 사회에서 정보가 의미 있으려면 정보를 내 생각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 즉, 나만의 인사이트와 실행 전략을 뽑을 줄 알아야 한다. 바로 실행한다면 금상첨화다. 아, 책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는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고, 영문판 부제는 'Timeless lessons on wealth, greed, and happiness'다. 여기서 주목할 건 영문판 부제의 'Timeless'라는 단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사 돈에 대한 심리는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책을 만드신 분께는 죄송하면서 죄송하지 않지만 나는 두껍고, 여백 많은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책 자체가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다시 화제가 되는 책이기도 하고, 지인 추천도 많이 받아 책장도 열심히 접어가며 읽었다. 티벳여우 모드로 읽어 내려가다가 요즘 왜 이 책이 인기인지 한번 생각해봤다. 분명 돈에 관련된 책이니 사람들에게 이거 하라, 저거 하라 잔소리할 것 같지만 잔소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다룬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구성과 비슷하여, 읽기도 편하다. 잔소리도 없고, 구성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이 책에서 마련해준다. 한국어판 부제의 질문처럼 말이다. 다 읽고 보니 서문 볼테르 인용이 더 와닿는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다."



"현명한 낙천주의는 확률이 나에게 유리하며, 중간에 많은 고난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균형이 맞춰져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이다. 사실 중간에 분명히 고난이 있으리라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 궤도는 올바른 쪽으로, 위를 향하고 있다고 낙관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 때때로 지뢰밭이 있다는 것 역시 똑같이 확신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이 책에서 얻을 단 하나의 개념은 현명한 낙천주의다. 앞서 얘기했던 FOMO를 치유해줄 약과 같은 개념이다. 미시적으로는 굴곡도 많지만, 거시적으로는 꾸준히 우상향 하는 모습. 정보의 탈을 쓴 비관의 늪이 나의 발목을 잡으려고 해도 걷어차고, 나의 우상향을 믿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저자는 높은 저축률, 인내심,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투자 전략으로 꼽았는데, 이 책을 읽고 각자의 투자 전략 혹은 삶에서의 중요한 가치 및 원칙을 정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우선 나는 인테그리티, 그릿, 헌신! 왜냐면 나는 나의 장기적 인생 트렌드가 우상향임을 믿기 때문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