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서평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아티스트는 도둑이라고 말하는 건가?
책의 표지를 읽은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표절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정서를 생각하면 작가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유명 작곡가, 아이돌도 표절 논란이 발생하면 오랜 자숙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아티스트 = 도둑'이라고 말하다니? 이런 생각을 하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된다.
책은 매우 쉽게 적혀 있고 어려운 비유적 표현보다 풍부한 예시와 명언으로 채워져 있어 훌훌 넘길 수 있다. 분량은 150페이지가량으로 요즈음 얇은 에세이들도 300페이지가량 나오는 걸 생각하면 가벼운 책이다. 그러나 그 내용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한 구절 한 구절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당장이라도 '도둑질'을 하고 싶게 만든다.
훔치는 것이 결코 나쁜 짓이 아니야~ 적극적으로 훔쳐~~
피카소가 말했어 '이 세상에 오리지널은 없다.'라고~~
독창성??? 그건 들키지 않는 표절이야. 한 명에게서 훔치면 표절이지만 여러 명에게서 훔치면 탐색이 된다고
이 말들이 교사의 입장에선 마음에 남은 죄책감을 덜어낸다. 교사들은 매일 4차시 이상의 수업을 설계하고 만들어야만 하는 직업이다. 수업 준비 외에도 각종 행정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겐 4차시 이상의 수업 모두를 하나부터 열까지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격무에 시달리는 교사가 선택할 유일한 방법은 공유된 자료를 기반으로 수업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수업을 창조하는 교사가 참교사라고 칭찬받는 세상이다. 공유된 수업 자료를 사용해야만하는 보통의 교사들에겐 '도둑질에 대한 수치심'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훔쳐서 너의 파일에 집어넣어~
밖에 있으면 죽어있던 것들이
나중에 네 작품에 불러들이면 새 생명을 갖게 될 걸~
나의 모든 동작들은 전부 훌륭한 선배들에게서 훔친 거야
- 코비 브라이언트
이런 책의 말을 들으면 마음속 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오히려 뒤늦게 이 책을 읽었다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훔칠걸...'
책은 도둑질에 대한 정당화만 하지 않는다. '도둑질의 기술'까지 상세하게 말한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자기 거처럼 으스대는 것이고
'카피'는 작품을 분해하고 너의 것으로 재조립하는 거야!
아티스트는 수집가야~
너가 좋아하는 것을 모으도록 해.
내가 어떤 것에 둘러싸여 있는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줘
그러니 잘 선별해 너만의 도둑 파일을 만들어
수박 겉핥기식으로 '흉내'내지 말고
그들의 정신세계를 엿보도록 해!
위에서 말하는 도둑질의 기술은 어찌 보면 배움의 기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초등 교사로서 수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항상 안타까운 점은 아이들이 답을 따라 그리는 것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숫자를 잘 그리는 학생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교사의 사고방식,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도둑질하길 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창작자만 봐서는 안된다. 이 책은 우리 반 학생들처럼 발전과 자기 계발을 해야만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이다. 우리가 답답한 둔재의 학생으로 남아서야 되겠나? 그러니 당신도 이 책을 읽고 '도둑질의 기술'을 배워보는 게 어떤가? 더 나아가 영웅들의 생각을 도둑질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는 게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