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빠의 비대면 계좌 만들기
이번 추석에 친정에 들러 함께 식사를 하고 아빠에게 혹 주식이 있으시냐 여쭤봤다.
“아빠, 혹시 삼성 주식 있으세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이 3억 원으로 낮춰진다는 기사를 읽고 재미삼아 여쭤본 말이었다. (솔직히 아주 살짝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질문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알고 보니, 아빠와 엄마가 농협 직원이 추천했다는 ELT 상품에 가입했던 것. 아빠는 이전에 몇 차례 농협 직원이 권유한 ELS 계좌에 가입했었고 모두 만기 이전 상환을 받았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직원이 권유한 상품을 덜컥 가입했던 것 같은데... 아빠는 가입한 상품이 어떤 것인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엄마까지 쌈짓돈을 모아 함께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셨다.
"저... 농협에서 가입한 게 있기는 있는데... 그게 언제쯤 돌려받을 수 있는지 좀 알아봐라."
어떤 상품인지 상품명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가지고 있는 서류도, 이메일도 없었다. 문자로 받았다는 간단한 기준지수 안내를 읽어보니, 기초자산 65% 미만일 경우 손실이 발행하는 상품이었다. 무려 65%라고??? 아, 놔... 이거 조기 상환이 가능하기는 할까??
ELT는 ELS를 신탁으로 만든 상품이다. 해서 ELT는 발행한 증권사와 판매사가 다르다. 발행한 증권사는 어디인지 알아내는 게 우선이었다. 부모님은 무조건 농협에서 가입했다... 만 알고 계시니까.
어쨌든 ELT 역시 파생상품이다 보니 고위험 투자상품으로 분류해야 할 텐데, 고령인 부모님께 이 상품을 판매한 농협 직원은 어째서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던 걸까? (아마도 설명은 했겠지... 가입하는 당사자도 모르게)
나는 한참 동안 아빠, 엄마에게 제대로 알고 가입하셨어야 했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어쨌든 가입한 상품을 도로 무를 수도 없고 불완전 판매로 따질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했지만 이렇게 이 사건을 일단락 되는 듯 싶었다.
"그런데, 주식은 어떻게 하는 거냐?"
아빠는 주식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스마트 폰도 유튜브도 카카오톡도 사용하고 계셨지만 정작 아빠는 비대면 계좌 개설은 한 번도 해보신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주식한다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하셨을 아빠.
나는 하나하나 증권사 개좌개설을 도와드렸다. 앱을 다운받고 인증하고, 개인정보 입력부터 비밀번호 설정까지.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집에서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아빠는 무척 흥분하셨다. 스마트폰으로 계좌도 만들고 주식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마음은 주식 시장에 가 계셨다. 나는 여태 직접 은행으로 찾아가는 불편함을 겪으셨을 아빠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데... 조금 더 일찍 도와드릴껄...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껏 부모님이 스마트폰 사용을 제대로 사용하고 계신지, 은행은 어떻게 이용하고 계시는지 제대로 여쭤본 적이 없었다. 왜 아직도 폰 뱅킹을 사용하시느냐고 투덜대기만 했던 못난 딸이었다. 자신의 실적을 채우려고 ELT 상품을 팔아치운 직원이나, 나나 부모님의 무지에 무관심했다는 점은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아빠의 주식 앱에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우량주들을 관심 종목에 담아드렸다. 우선 한 주씩만 주문해 보시라고 이야기하고 삼프로TV 같은 유튜브 영상도 추천해드렸다.
"삼성전자 주식 있으세요?"에서 시작해서 주식 계좌개설까지... 이래저래 이번 연휴는 주식 덕분에 가족끼리 주식 계좌를 공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혹 시간이 된다면 부모님께 여쭤보자.
“아빠, 혹시 삼성 주식 가지고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