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멀리 학교 담장에서 까만 점이 나타나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보였어요. 갑자기 심장이 쿵쿵쿵쿵 빠르게 뛰고 손가락은 떨리기 시작했어요. 심장 박동 사이로 발바닥이 간지러운 느낌도 들었어요. 그런데 어쩐지 성곽길을 들어서는 모습이 눈에 익었어요. 엄마가 아니에요. 저건 틀림없이 조에요.
아직 학교를 마칠 시간이 아닌데, 조가 보육원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마구 달려 올라왔어요. 땡땡이라니, 원장 선생님이 아시면 귀를 잡히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예요. 조가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내 앞에 섰어요. 나는 말했어요.
“설마 땡땡이를 친 거야?”
눈가에 눈물이 달랑 맺힌 조가 수다쟁이답게 빠른 속도로 말했어요.
“네가 벌써 떠났을까 봐 학교 밖으로 뛰어나올 수밖에 없었어. 클라라, 미안해. 네가 엄마를 다시 만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사실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냥 나는……. 내가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났던 거야. 부러워서 그랬어. 네가 엄마를 만나게 된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야. 못되게 굴어서 정말 미안해.”
나는 목이 메었어요. 겨우겨우 쥐어짜듯 대답했어요.
“괜찮아, 조.”
“클라라, 사실 너를 정말 좋아해. 내가 몰래 딸기를 따 먹을 때마다 못 본 척해줘서 고마워. 아침마다 깨워준 것도 고마워. 마지 부인이 다가올 때 미리 허벅지를 찔러서 알려준 것도 고마워. 내가 울 때 옆에 앉아서 손잡아 준 것도 다, 전부 다 고마워.”
“조……. 나도 네가 좋아. 네가 있어서, 친구가 생겨서 외롭지 않았어. 너랑 있으면 그냥 다 재미있었어. 여길 떠나면 네가 정말 보고 싶을 거야. 너한테만은 가기 전에 꼭 안녕 조, 라고 인사하고 싶었어.”
우리는 부둥켜안고 코가 빨개질 때까지 울었어요. 그리고 퉁퉁 부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는 어쩐지 부끄러워져 언덕 아래 들판을 향한 채 나란히 앉았지요. 나는 조에게 이야기했어요.
“조, 엄마를 만나면 제일 처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음……. 그동안 엄마를 생각하면 네 마음이 어땠는데?”
“글쎄……. 왜 나를 키울 수 없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엄마는 어디서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하고…….”
조는 잠깐 망설이다가 나에게 물었어요.
“클라라, 엄마가 밉거나 싫지는 않아?”
“잘 모르겠어. 나는 너무 어렸을 때 이곳에 와서 엄마가 기억나지 않으니까. 어떤 감정이 들기보다는 그냥 궁금해.”
“…….”
“…….”
“잘은 모르지만, 궁금한 게 많다면 조금은 좋아하는 것 아닐까? 좋아하면 알고 싶은 게 많아진댔어.”
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나는 하고 싶은 말도 모르겠고, 내 마음도 모르겠고……. 내 진짜 이름도 생일도 모르고, 엄마에 대해서도 모르고,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에요. 괜히 바위 옆에 핀 꽃을 뚝뚝 꺾었어요. 조는 내 옆에 나란히 앉은 채 가만히 내 손을 잡고 말했어요.
“클라라, 내가 좋아서 나한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댔지? 그럼, 엄마한테는 만났을 때 하는 인사부터 시작해 봐.”
가만히 마주 잡은 조의 손이 따뜻해서인지 덜컹거리던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아요. 멀리 보이는 기차역에서 빨간 기차가 증기를 내뿜으며 출발하는 모습이 보여요. 바위 언덕 뒤편에서 큰바람이 불어와 나와 조의 머리카락이 춤을 추고, 풀 무리와 꽃 무리가 다 함께 손잡고 누워요. 어느새 머리 꼭대기에 떠 있던 해가 살짝 서쪽으로 기울었어요. 엄마를 만나면 가장 처음 할 말을 찾았어요. 역시 조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엄마, 어디쯤 오고 있나요. 나는 여기서 온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를 만나면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안녕 엄마, 하고 인사하고 싶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