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닐스보어의 길]
- 소요 시간: 도보 약 30분
- 주요 동선: Gammel Strand역 → Gustmeyer House(출생지) → Strøget 거리 → Frue Plads(코펜하겐 대학 본관 앞)
[1] 첫번째 길: 닐스 보어 출생지 – Gustmeyer House (Ved Stranden 14)
이동: 감멜 스트랜드(Gammel Strand)역 하차 후 도보 2분 + 사진 5분
포인트: 외벽 플라크 “이 집에서 닐스 보어가 태어났다. 1885년 10월 7일.”
메트로 M3/M4의 감멜 스트랜드 역을 나오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이 보인다. 석조 벽은 묵직하게 솟아 있고, 구리 지붕은 세월의 흔적을 담아 녹청색으로 빛난다. 광장 중앙에 선 프레데릭 7세(Frederik VII, 1808.10.6.-1863.11.15.) 는 덴마크에 공화정을 선포한 왕이다. 마치 기마상은 민주주의의 문을 지키듯 서 있다.
궁전 반대편 운하를 따라 몇 걸음 옮기면 풍경은 달라진다. 카페 테라스의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골목 공기를 바꾸고, 신고전주의 건물들이 절제된 선으로 늘어서 있다. 그 사이에 평범해 보이는 3층 건물이 있다. 지금은 컨설팅 회사 사무실로 쓰이고 있지만, 벽 위 작은 플라크 하나가 그 건물을 전혀 다른 좌표로 만든다. “이 집에서 닐스 보어가 태어났다. 1885년 10월 7일.”
궁전의 웅장함 바로 옆에 자리한 소박한 건물은 나에게 다른 파동을 남긴다. 불과 몇 걸음 차이로 권력과 과학이 마주하는 것 같다. 겉으로는 오래된 파사드일 뿐이지만, 작은 플라크 하나가 나에게 주는 무게가 벅차다. 무심히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이곳은 새로운 시간 죄표계의 기준점으로 느껴진다.
[2] 두번째 길: 닐스 보어 흉상 – 프루에 플라즈(Frue Plads, 코펜하겐 대학 본관 앞 광장)
이동: 도보 9분 + 감상 15분
포인트: 닐스 보어 청동 흉상, 옆에는 지진학자 잉에 레만 기념비
코펜하겐 대학 본관으로 향하기 위해 스트뢰에(Strøget) 거리로 접어들면 도시의 리듬이 달라진다. 북유럽 디자인 숍과 카페, 소규모 서점과 명품 매장이 이어지고, 사람들의 발걸음과 상점 불빛이 교차한다. 오래된 건축과 최신의 소비가 한 장면 안에서 겹쳐져 묘한 대비를 만든다.
길 끝에서 시야가 넓어지며 프루에 플라즈(Frue Plads)가 나타난다. 성모 마리아 교회와 코펜하겐 대학 본관이 마주한 이 광장은 덴마크 학문의 심장 같은 공간이다. 석조 기단 위로 여러 학자들의 흉상이 나란히 서 있고, 그 사이에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0.7.-1962.11.18.)의 청동 흉상이 자리한다. 1957년 J. 구드문센-홀름그린(J. Gudmundsen-Holmgreen, 1895.6.15.-1966.2.14.)이 제작한 고개를 살짝 숙인 보어의 얼굴은 사색적이면서도 대화에 몰입한 순간처럼 보인다. 엄격하다기보다 지금도 토론을 이어가는 듯 생생하다.
바로 옆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조형물이 있다. 2017년 엘리자베스 투브로(Elisabeth Toubro, 1956.12.8.출생)가 제작한, 높이 8.8미터의 검은 디아바스와 청동 구조물로 파동처럼 흐르는 곡선과 원형 단면이 지구 내부의 굴절을 형상화하였다. 지진학자 잉에 레만(Inge Lehmann, 1888.5.13.-1993.2.21.)을 기리는 기념비로, 레만은 지구 내부에 고체 내핵의 존재를 밝혀내어 지구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보어는 원자를 탐구하고, 레만은 지구의 층위를 밝혀냈다. 두 기념물은 서로 다른 재료와 다른 형태로 놓여 있지만, 나란히 놓여 덴마크 과학이 만들어낸 두 세계를 보여준다. 조용한 광장에 놓인 긴장과 울림이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