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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테이너 김승훈 May 26. 2023

욕망과 욕구, 참을 수 없는 마음

욕망과 욕구의 차이 | 사심 史心 인문학 4화

이번 주에 사회 활동에서 중요한 회의들이 몇 건 있었어요. 그렇다보니 원래 예정했던 것보다 글이 하루 늦게 공개되게 되었네요. 그런데, 그 덕분에 글의 주제가 바뀌었어요. 원래 다른 생각이 있었는데, 새벽까지 이어졌던 뒤풀이 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있었고 올빼미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생각이 났던 주제가 생겼어요. 그래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욕구라는 생각이 함께 났고 그 분량이 좀 많이 생기게 됐어요. 그 전에 생각했던 이야기는 다음에 쓰도록 할게요.


욕망은 쉽게 말해서 뭘 하고 싶어하는 심리에요. 순 우리말은 바람인데, 여기에는 꿈이나 소망 목표가 모두 담긴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욕망은 사람이 가진 최고의 힘이라 할 수도 있는데, 최악의 힘이 될 수도 있으니까 양날의 검인 셈이죠. 정신분석학에서는 자크 라캉(Jacques Lacan, France, 1901.04.13 ~ 1981.09.09)에서부터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Austria, 1856.05.06 ~ 1939.09.23)가 혼동해서 사용했던 욕망을 세분화하여 욕구, 요구, 욕망으로 나눠서 다룬다고 하네요.

이 중에 욕구는 생리적인 충동으로 무의식이 원하는 것이라면 요구는 언어를 통해 그 욕구를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데 언어로는 자신이 품은 욕구를 완벽하게 표현 할 수 없죠. 그래서 욕구요구의 간격에 생겨나는 것이 욕망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을 뜻하게 돼요. 그 욕망이 충족되었다면 그 것이 욕망의 범주에서 잊혀진 뒤니까요. 대신 새로운 욕망이 생겨나게 되는 거죠.

어떤 관점에서는 욕망을 모든 감정이 비롯되는 시초로 보기도 해요. 이상이나 신념, 이타심 같은 것도 넓은 범주에서 본다면 결국 욕망의 한 종류라고 말하는 관점도 있어요.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욕망은 사람이 살아가는 원동력이기도 하고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어요. 이 때문에 사람은 욕망이 없으면 생존이 힘들 수도 있어요. 욕망이 없으면 무기력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욕망과 욕심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욕망”이라고 표현하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어요.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에 이럴 때는 긍정적인 의미가 될 수도 있죠. 그러나 “욕심”이라고 표현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거죠.


“욕망은 우리를 자꾸자꾸 끌고 간다.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간다. 우리의 불행은 거기에 있다.” -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France, 1712.06.28 ~ 1778.07.02)

현실적으로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대중 매체에서 이 욕망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많아요. <아라비안 나이트>에 수록된 이야기 중 <알라딘>을 보면 램프의 요정 지니가 있죠. 지니는 제약은 딱히 없고 소원을 정상적으로 들어주죠. 악마와 계약을 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지만, 반대로 치러야 할 대가도 커요. 어떤 작품에서는 헛된 바람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시사하려고 빈 소원이 잘못되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해요.

그럼 여러분은 어떤 욕망을 이루고 싶어요?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소원을 몇 개 더 들어줘 달라”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대중 매체에서는 이를 의식하여 제약을 걸죠. 소원을 빌기 위한 소원을 빌지 못하게 설정을 걸어 놓는 거죠.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소원으로 사람의 생사를 바꿀 순 없다는 설정과 사랑을 조작하지 못하는 설정을 걸어 놓아요.

기도한다고 모든 것이 다 이뤄지지는 않지만 들어는 준다고 하네요. ⓒ 지식테이너 김승훈(@ 명동성당)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도 주인공 브루스 놀란(짐 캐리 Jim Carrey, Canada & USA, 1962.01.17 ~ )이 한 주 동안 주님의 역할을 대신하는데, 모든 기도를 일일이 다 듣고 답해주기 귀찮다고 모든 대답을 Yes로 통일했다가 엄청난 낭패를 봤죠. 그리고 여자친구인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턴, Jennifer Aniston, USA, 1969.02.11 ~ )를 유혹하기 위해 달을 가까이 잡아당겨 지구 반대편 일본에 해일까지 일으키는 노력(?)을 했지만 사람의 자유의지는 신의 능력으로도 어쩔 수 없었고, 브루스와 그레이스는 헤어졌다가 영화 막판에 재회하죠.

<브루스 올마이티>처럼 모든 것을 다 이뤄주면 작품이 재미 없어지겠죠? 그래서 <드래곤볼>에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주체(신룡)보다 소원의 대상이 훨씬 대단하거나 강력하면 소원의 힘이 통하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신의 힘보다 강했던 두 사이어인, 내퍼와 베지터의 힘을 통제 할 수 없었구요. 인조인간의 힘도 너무 강해서 평범한 사람으로 되돌리지는 못하고 17호와 18호의 폭파 장치만 제거했죠. 또한 지구의 신룡은 한 번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다시 살릴 수 없었어요. 이 때문에 주인공 손오공이 셀의 자폭 때 희생했다가 몇 년 동안 저승에서 살았죠. 또한 <드래곤볼 GT>에서는 소원을 빌면 빌수록 마이너스 에너지가 쌓여 사악룡이 등장했죠.


욕망과 달리 욕구는 무엇이 결핍 되어 있는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결핍 된 상태를 채워서 해결하려는 심리에요. 욕망과 차이가 있다면 욕망은 사람이 스스로 의식적으로 부족느껴서 원하는 것인데, 욕구무의식적으로 결핍을 느껴서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 USA, 1908.04.01 ~ 1970.06.08)는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 할 수 있는 욕구가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어요. 매슬로는 욕구를 여러 단계로 구분을 짓고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 되어야 다음 단계의 욕구가 생긴다고 했어요. 이 것은 욕구 계층 이론이라고 하죠. 처음에는 다섯 단계였는데, 매슬로가 죽기 1년 전인 1969년에 하나의 계층을 추가하여 여섯 계층이 됐어요.

여섯 계층을 나열하면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 및 애정 욕구, 존중 욕구, 자아 실현 욕구, 자아 초월 욕구가 있어요. 경우에 따라 이를 물질적 욕구(1~2단계)와 정신적 욕구(3~6단계)로 나누기도 하고, 결핍 욕구(1~4단계)와 성장 욕구(5~6단계)로 나누기도 해요. 생리적 욕구는 삶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욕구이고, 안전 욕구는 신체의 위험과 생리적 욕구의 박탈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욕구에요. 소속감 및 애정 욕구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욕구이고, 존중 욕구는 인정을 받으면서 어떤 지위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욕구에요.

자아 실현 욕구는 자기의 발전을 위해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자기의 완성을 바라는 욕구죠. 보통 여기까지는 만족할 수 없는 형태인데, 극히 드물게 여기까지 도달한 사람들이 있죠. 마지막 자아 초월 욕구는 성자의 삶을 살게 된다고 하죠. 이 단계까지 가면 자기 자신 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고, 특정 사회, 더 나아가 모든 세계의 인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심지어는 다른 생명체나 지구, 우주 그 자체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들은 철저한 이타성(아가페 Agape)을 띠어요.

그런데 이 욕구 계층 이론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어요. 지적 욕구와 미적 욕구는 자기 실현으로는 설명하기 애매모호했거든요. 그래서 매슬로의 제자들이 추가로 연구를 진행했고, 1990년에 존중 욕구자기 실현 욕구 사이에 두 단계를 추가했어요. 새롭게 추가된 인지적 욕구는 지식과 기술,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의 욕구를 말하고, 심미적 욕구는 질서와 안정을 바라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를 말해요. 이리하여 이 지적 욕구와 미적 욕구는 다섯 번째 단계와 여섯 번째 단계로 들어가 성장 욕구로 분류됐어요.

이 이론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사람은 무엇인가 필요로 하는 결핍의 존재이며, 충족되지 않은 욕구만이 행동을 일으킨다고 해요.  사람의 욕구는 충족되어야 할 순서대로 계층화 되어 있어서,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충족을 위해 동기화 돼요. 일단 욕구가 한 번 충족되어 만족감을 느끼고 나면, 사람은 그 다음 단계의 높은 수준의 욕구를 또다시 추구하게 돼요. 동기 유발에 작용하는 욕구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이고, 충족된 욕구는 다시 그 욕구가 나타날 때까지 동기 유발의 힘을 잃게 돼요.


잘 보이게 다시 정리 해 놓을게요.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소속감 및 애정 욕구

4단계 존중 욕구

5단계 인지적 욕구

6단계 심미적 욕구

7단계 자기 실현 욕구

8단계 자기 초월 욕구


식욕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 지식테이너 김승훈

그런데 여러분, 온라인에서 흔히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3가지의 욕구 또는 3대 욕구라고 알려져 있는 사람의 기본 3대 욕구 혹시 들어 봤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는 그냥 이야깃거리이고, 학문적으로 개념이 잡혀 있지는 않다고 해요. 그래도 일단 정리는 해 볼까요? 2가지는 흔히 수면욕과 식욕이라고 불러요. 나머지 욕구는 배설욕 또는 성욕이라고 하는데, 어떤 곳에서는 배설욕이라고 하고, 어떤 곳에서는 성욕이라고 하면서 각기 다르게 떠돌고 있어요. 이 기본 3대 욕구는 욕구 계층 이론 등 학계의 연구 결과로 나온 적은 없다고 해요.

사실 이 욕구들은 욕구 계층 이론에서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생리적 욕구에 포함되는 범주에요. 사람이 기본적으로 살기 위한 욕구에 먹고 싶은 것, 자고 싶은 것이 포함 되잖아요. 그리고 배설은 아무래도 먹고 난 다음 뒷처리 과정이니까 따라 붙는 것이라 보겠죠? 성욕은 수면욕과 식욕과는 다르게 사회, 애착, 관계 등 모든 것에 연결되는 긴밀성이 있어요. 사람의 성욕은 동물의 번식욕과는 다르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요. 다른 욕구와 달리 생활에 대한 긴밀성이 강한 성욕은 사회, 생존, 애착, 행복감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해요. 이 때문에 시대를 불문하고 사회적 통념이나 분위기에 관계 없이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로 여겨지는 거죠.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연애의 감정과 성욕은 분명히 다르다는 거예요. 그러나 연애 감정과 성욕은 모두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가까이 하여 가질 수 있는 정서적 행복감과 연인 사이의 애착에 있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쳐요. 그리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사람이 충분한 사회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에요. 물론 성욕이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욕구는 아니에요. 그러나 사람은 언젠가 죽고, 후손을 남고 싶은 욕구가 성욕을 통해 나타나는 거죠.

사실 욕구는 해소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끓어 오르게 돼요. 특히 마음 잡고 할 일이 필요한데, 생리적 욕구가 끓어 오른다면 매사가 상당히 귀찮겠죠? 이런 욕구가 너무 심하다 싶으면 약물을 처방 받아 이를 억제하기도 해요. 우울 장애가 심한 사람들의 경우 특히 이 생리적 욕구의 변화가 심한데, 이를 항우울제를 통해 조절하는 거죠. 이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병원을 찾는 게 좋아요.


욕구를 제어하기 어려울 때 의학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도덕적으로 나쁜 게 아니에요. ⓒ 지식테이너 김승훈

여기서 내 경우로 응용을 해 볼게요. 나에게는 해결되지 않아 생기는 욕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제적인 요소와 나에 대한 지지에요. 이로 인하여 우울 장애와 불안 장애, 스트레스 등이 내 몸의 건강까지 영향을 미쳤어요. 내향적인 성격으로 인해 ADHD를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이 ADHD가 욕구에 있어서도 주의력 결핍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도 해요. 이 때문에 욕구를 해소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욕구가 필요하기도 하죠.

ADHD는 특히 생리적 욕구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수면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잠들고 싶을 때 잠들기 힘들고,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기 힘든 것이 가장 큰 현상이죠. 이로 인해 오랫동안 우울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제는 우울이 일상일 정도로 영향을 크게 미쳤어요. 나는 우울이 심할 때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최근에 몸무게가 인생 최고 기록을 찍었더군요.

성욕은... 모르겠어요. 성욕은 사실 단순한 생리적 욕구로만 관계가 있는 욕구가 아니기 때문이죠. 성욕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욕구와도 관련이 있어요. 특히 연인에게 사랑을 받고 싶고, 자신을 인정 받고 싶어하는 욕구도 이 성욕과 연결이 될 수 있겠죠? 난 사람들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욕구는 항상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많이 데였던 상처로 인해 검증된 관계에서는 그 관계를 맺고 인정 받고 싶으니까요. 다만 이게 이성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것이 성욕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하여 오감으로는 이성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데, 사회적 관계를 위해 성욕을 스스로 억제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요.

항우울제의 부작용 중 하나로 일부 욕구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싶기도 해요. 난 사람과의 정서적 관계 형성으로서의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은데, 솔직히 진짜 성욕은 크게 일어나지 않거든요. 말초신경의 느낌과는 별개로 이성의 통제가 강한데, 이는 종교에 대한 오랜 신앙으로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어서 이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가톨릭 모태신앙). 이런 쪽에 있어서는 자아를 넘어선 것인지도... 아마 욕구 계층 이론에 의한 여덟 단계 중 나는 최소 여섯 번째 단계인 미적 욕구나 일곱 번째 단계인 자아 실현 욕구까지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자아 초월 욕구도 살짝 있는 것 같은데, 내가 INFP 인프피라서 소심한 이타성을 갖고는 있지만, 이타성 개인주의 성격이라 그리 강하진 않은 것 같구요.


뭐... 연애 세포만 죽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좋은 가치관과 신념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자리는 새벽이 되어도 피곤하지 않아요. ⓒ 지식테이너 김승훈

수요일 밤에 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뒤풀이가 2차까지 이어졌고, 새벽에 버스 첫차가 차고지에서 출발할 즈음에 올빼미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더니 날이 조금씩 밝아지더군요. 그리고 그 날 밤에 또 회의가 있었기에... 글이 좀 늦게 완성되었어요. 이 점 양해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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