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들에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난 철인 29호를 만나고 나서
내가 느끼는 이런 격렬하고도 복잡한 감정들이 무엇일까
매우 당혹스럽고
또 고통스러웠어.
물론, 전에 말했지만
현실에서
그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그리고 앞으로 볼 일도 없어.
그래서 왜 그런지
매우 오랫동안 찾아보고 생각해 봤어.
가장 유사한 것이
트윈플레임이라는 개념이더라.
사주 궁합적으로 보면 원진살 뭐 그런 거래.
정확히는 다른 이야기지만.
삶의 모든 것이 다 부서질 때
만나서
자신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존재 정도라고 하면 더 정확할 것 같아.
애정이나 연인 그런 관계는 전혀 아니야.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게 될 수 있지.
감정은 매우 격렬하니까.
물론, 고통이 거의 99%야.
상대방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아니,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도 반응을 하지도 않아.
그 거리보다 좁아지면 매우 화를 내거나 잠수 타거나 사라져 버려.
아니면 아프거나.
어쨌든,
난 어째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궁금했어.
그러기엔
세상을 너무 많이 살았고
그다지 재미도 격렬한 감정도 뭐 그런 거 없이 고요했으니까.
그리고 이제야 든 생각인데
나 자신을 알게 되려면,
상대와의 거리
공간이 필요하더라고.
적절한 공간이 있어야
나 자신을 제대로 관찰하고
나의 본성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내가 회피했던
여러 가지 감정들과 상황들
과거의 여러 기억들
그것이 내 무의식에 차곡차곡 저장되어서
나도 모르는 즉각 반응이나
나도 모르는 이상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어.
그래서 철인 29호를 매우 괴롭히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고마워.
내가 나를 찾아가는 그 시작점이 되어주어서.
물론, 나도 인간이니까
그 시작점 이후 너무 오랜 시간 격렬한 고통을 겪어서
문득 그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그러면, 뭐 그 생각 자체를 그대로 보고
보내주는 수밖에.
어쨌든, 거시적 관점에서
나는 나를 찾는 여정을 가고 있으니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해.
그래서 가끔 생각이 나면 그의 여정을 잘 갈 수 있기를 기도해.
그리고,
그건 딱히 트윈플레임이 아니라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과도 그런 관계가 아닐까 싶어.
사람들은 각자의 여정을 걷고 있으니까
고통 속에 있겠지. 그리고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겠지.
그래서 친절하려고 노력 중이야.
그리고 나도 모르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이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라도 살고 있으니
그 사랑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나도 잘 살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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