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직장인 심리 카페>
스테르담 직장인 심리카페 의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합니다.
Q. 이걸 왜 하냐고 묻는 신입사원, 어떻게 업무를 가르치고 지시를 잘 따르게 할까요?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은 업무 지시를 하면 왜 그걸 우리 부서에서 해야 하는지, 꼭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들을 잘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시 시간을 돌려 학생 시절로 돌아가봅니다.
학생 신분으로, 본분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기 싫어도, 타인 또는 자신과의 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 그때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어떻게'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할까, 더 효율적으로 할까, 점수를 더 잘 받을까. 그러다 문득 허탈함과 함께 물음표 하나가 머리 위로 올라왔습니다.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걸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 한다. 또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해야 돈을 잘 번다... 등의 사회적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적성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점수를 잘 받으면 되고, 좋은 직업을 얻으면 됩니다. 그러하다 보니 우리네 교육 현장엔, '왜'는 없고 '어떻게'만 있습니다. 일단 시험부터 잘 봐... 점수부터 잘 받아 놔... 이유는 나중에 물어... 우리는 그렇게 자라온 겁니다. 이러한 습관은 직장생활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직장 선배나 상사가 하라고 하면, 그저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이죠.
10년 전, 유럽에서 주재원을 할 때였습니다. 현지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했는데, 왜 이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돌아왔습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딩시엔) 한국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 주니 잘 알아듣고, 제가 기대한 결과를 냈던 기억이 납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요즘 세대'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시대'는 '세대'를 양산해 내고, '세대'는 '시대'의 영향을 받습니다. '시대'마다 특성이 있고, 그 특성에 따라 생존법은 달라집니다. 바뀐 시대의 새로운 세대는 '이유'와 '공정'을 묻습니다. 부모보다 가난한 사상 최초의 세대, 성장이 정체되어 일자리가 없는 세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세대. '선진국'은 말 그대로 우리보다 먼저 나아간 국가입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가지각색의 변화는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한 일들이며, 이것이 우리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시대인 것입니다.
하여, 질문자님께서 주신 질문에 대해 세 가지로 답을 드리자면.
첫째, 업무 지시를 할 때 '어떻게'보단 '왜'에 초점을 맞추시기 바랍니다.
둘째, '맥락'을 제시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우리 부서가 회사 내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목표와 KPI(Key Performance Index)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말이죠.
셋째, '세대'를 나누기보단 '시대'로 상대방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이유를 듣고도 지시를 거부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문제이겠지만 이해를 잘 시키고 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건, 이유를 설명하며 질문자님도 또 한 번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으실 거라는 겁니다.
우리 주위에 '어떻게'는 이미 만연합니다.
'왜'라는 것을 설명하며 합의와 협의에 이르면, 이전보다는 확실한 성과가 창출될 것입니다.
수많은 갈등이 해소되는 건 덤일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