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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 HAN Jan 16. 2024

[책 소개] 무하마드 빈 살만

2023년-2024 겨울 밴쿠버에서 책읽기

무하마드 빈 살만 책 표지

MBS라는 애칭을 가진 무함마드 빈 살만. 그가 궁금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이스탄불 지국장으로 10년 이상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을 취재한 벤 허버드가 본인의 경험, 사건 관계자 인터뷰, 주요 인물과의 대화 및 자료, 다른 곳에서 발표한 글과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글을 바탕으로 르뽀 같으면서도 MBS가 어떤 인물인지 자세히 밝히는 책이다. 


사우드 집안이 구축한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이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여러 국왕을 거치면서 지금의 살만 국왕 즉위까지 벌어진 암투와 경쟁을 설명하면서 사우디 왕가의 특징을 소개한다 (현재의 사우디 아라비아의 건국은 1926년이고 통합된 왕국의 모습은 1932년이다. 매우 새로운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사우드 집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세기로 알고 있다. 관련해 ‘아랍’이라는 책을 읽으면 18-20세기 동안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중심은 무함마드 빈 살만이 어떻게 살만 국왕의 총애를 받게 되었고 여려 경쟁자를 제거 하면서 왕세자 자리를 차지 했는지 소상히 소개한다. 


그가 공식적으로 데뷰한 것은 2015년으로 보고 있다. 1985년 생. 


그는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구습을 떨치고 오래된 부패 세력을 몰아 낸 새로운 리더의 모습과 (사우디 인구 65%가 30대 이하라고 한다) 잔인할 정도로 처절하게 정적을 제거하는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자의 모습이다.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여권 등을 받기 위해 남성의 동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후견인 제도를 철폐했고, 영화관 등을 다시 열고 각종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해 젊은 세대에게는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리츠 칼튼에 100여 명을 감금하고 고문하면서 왕족, 투자자, 기업가들의 자산을 압류하거나 빼았고 (아직도 억류되어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나 언론에 자신이나 사우디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글을 올리거나 행동을 하는 자는 사우디로 납치해 더 이상 활동을 못하게 하거나 자말 까슈끄지 사건 처럼 토막 살해하기도 했다. 심지어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영사관 내에서. 이 사건은 서방 언론과 정보 당국, 기업인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야기했다. 프랑스는 에펠 탑의 전등을 끄면서 추모했다고 한다. 


MBS는 서방이 사우디의 특성과 가치 체계, 그리고 통치 방식을 너무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비전 2030을 만들기 위해 맥킨지, 보스턴 컨설팅 등 세계 굴지의 컨설팅 회사가 경쟁 했고, 최종적으로  BCG가 작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많은 서방 투자자들이나 전략 그룹은 이 계획이 지나치게 희망적이기만 하지 실천 과제 등에서 불투명하거나 비현실적인 면이 많다고 비판한다.


우리나라에게서 잘 알려진 네옴시티 과제 (네옴은 네오와 미래를 의미하는 아랍어 무스타끄발에서 만든 조어이다)의 여러 내용이 미래 비전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도시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왜 사우디가 예멘을 초토화하면서 전쟁을 하고 후티 반군은 왜 등장했는지, 어떻게 레바논 총리를 사우디로 납치해 사임하도록 압력을 넣었는지, 무슬림 형제단과 관계가 왜 나쁜지 그리고 이란을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의 형 (아니면 과거 오스만 제국의 역할)을 사우디가 차지하려고 하는지 그런 중동 지방의 현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심지어 이스라엘과 수교하고자 했던 이유도.


무함마드 빈 살만은 오바마와는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 여성 인권과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오바마 때문에 성질 부린 적이 많다. 그러나 트럼프와는 매우 죽이 잘 맞아서 (이때 역할을 한 것이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이다. 흥미로운 것은 쿠슈너야 말로 정통 유태인 집안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사실 MBS는 투자라는 측면에서는 유태인 자본가들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국내 언론은 그의 재산이 얼마인지 얼마나 돈을 써 대는지, 세상에서 제일 비싼 요트를 소유했다는 것 등만 보도하지만, 지금의 사우디 그리고 곧 국왕이 될 젊은 왕세자가 어떤 인물이고 우리가 그들과 거래를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여튼 젊은 개혁가인지 잔혹한 권력자인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고, 미래의 사우디 아라비아를 이해하기 위해서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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