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잠이 오지 않았다. 남겨둔 여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삶의 여분은 언제나 불면의 씨앗이다.
12시. ‘이것으로 되었다.’ 더 이상 힘이 없다. 모든 힘을 쥐어짜서 하루를 살았다.
삶의 여분이 없었기에 잠에 들 수 있었다.
3시. 내 마음에 알람 시계가 있는 것처럼 번쩍 눈이 떠진다.
다시 잠을 청하려 눈을 감지만 뒤척일 뿐, 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났다.
삶의 여분이 없어도 다시 불면이 찾아왔다.
12시. 시차적응 중인 상태처럼, 써야 할 글을 썼다.
4시. 근육의 비명을 누르며, 움직여야 할 몸을 썼다.
10시. 벌어먹고 살아야 하기에 남아 있는 힘을 썼다.
다시, 12시.
불면의 반복.
다시 찾아온 불면이 얼마나 지났을까?
알 수 없지. 불면은 낮과 밤의 경계를 흐려 시간마저 흐리니까.
시간은 흐려지면서, 마음은 선명해졌다.
왜 불면에 시달리는가?
처벌.
왜 3시간이었을까?
제대로 살지도, 그렇다고 죽지도 않을 만큼의 고문.
3시간이면 해야 할 일들을 기여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죽을 수 없다.
3시간이면 해야 할 일들을 기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도 없다.
고문하고 있었구나.
내가 놓쳐버린 기억들이 다시 나를 찾아와 고문하고 있었구나.
그나마 살게 하려고 3시간이 아니었구나.
더 길게 고문하고 싶어서 3시간이었구나.
뭔가 희망적인 말 한 줄 적어 넣으려다, 헛웃음에 그만둔다.
그저 고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3시간으로 고통속에 머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