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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 Nov 08. 2019

모임 속 존재감 갑! 그는 누구인가?

어떤 모임에서든 존재감이 독보적인 이들이 있다.


그들은 비빔밥의 참기름처럼

뻑뻑한 분위기를 매끄럽게 만들고

수란에 식초 방울처럼

모두를 합심시켜 관계의 응고를 이끌어 내는 자이다.


그들은 바로~

그 모임에 초대받지 못한 자!

비록 그 자리에 존재하지는 않으나

대화 속에 가장 강력하게 존재하는..

바로 우리 모두의 <공공의 적들>이다.


<공공의 적>

모든 모임에 사실상 주인공인 그들은,

동창 모임에서라면 그 자리에 안 나온 친구들이고  

회사 동기 모임에서는 각자의 상사다.  

며느리가 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는 '시'자가 달린 남편네 식구들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끝. 판. 왕!

이 모든 모임을 통틀어 어디서든 갑이 되는 전천후 주인공!

입으로 요리를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식재료!

동서고금 같을거라 감히 확신하는!


바로바로~ <남. 편>


남편이 없는 모임에서 남편들의 존재감은 지구촌 한마음~ 최고다.  

아이들, 집, 사는 얘기 따위를 '기'로 하여

이어지는 '승' '전' '결'은 모두 남편들이 장식한다.


하이라이트인 '전'에선  

내 가방 로고가 '이야기보따리'라고 변해 있는 걸 보거나

얘기 중 바닥에서 실제로 '이야기 꽃'이 피어오르거나

하늘에서 중국 춘절급 '불꽃 쇼'가 펼쳐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무아지경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어울릴만한 순간이다.

 

이토록 위대한 매직을 선사하는 존재, 남편

하지만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선을 넘지 않는 것'


쇼미 더 머니 디스 배틀도

정도가 넘어가면 눈살이 찌푸려지듯이

남편 험담에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룰을 어기면  

좀 재밌자고 한 말들이 무섭게 역공을 펼친다.



첫 번째는 대화 주제는 낄낄 빠빠 할 것!  


#담배 #술 #집안일 #육아 #야근 #쓰레기 분리수거...


모든 주제마다 험담을 늘어놓으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이런 쓰레기랑 살고 있나... 자괴감이 든다.


시 <꽃>의 한 구절을 명심하자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이 되었다."


이름을 불러주자 꽃이 되듯이

험담을 입에 올리면 진짜 똥이 된다

그저 없는 듯... 모르는 듯

하나의 가벼운 몸짓으로만 내버려 둘 건 내버려 두는 게 좋다.

말하면서 슬슬 열 받지 말고  

수없이 이어지는 주제 중 꼭! 몇 개만 선별해서 참여하자.



그리고 또 하나!

과도한 MSG는 금지하는 게 좋다.  


험담에는 치고, 받고, 치고, 받는 리듬이 있다.


옛날 말로 북치기 박치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명장면인 '피아노 대화 씬'처럼

상대가 ‘뚱기당가 뚱가당’하면


오케이 네 거 받고 하나 더!

나도 ’땅가딩가 똥동당’하는 것이다.


이 토크 배틀에서 흥이 올라 과도한 MSG를 쳐버리면

결국 내 입만 더럽게 짜진다.

돌아오는 길에서 죄책감에 '짠내'가 나고야 만다.


'사실 또 그 정도는 아닌데....'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을 보며

처자식 먹여 살린다고 이 시간까지 일하고 들어온 저 사람을..

흥이 올라 케케묵은 것까지 탈탈 털다니...

근데 그것도 모르고 또 좋다고 날 보고 웃네 ^^

미안해...

다음부턴 어지간히 할게...


오바를 말자.


여하튼 나는 오늘 주재원들 부인 모임이 있었고


남편이 퇴근하여 소파에 앉자,

나도 모르게 그의 다리를 주무르는 손을 보았다.


오늘 나의 토크 '선'을 나의 손이 알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브런치는 즐거웠고, 남편도 지금 기뻐하고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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