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싫기도 해
마음 속에 카테고리별 수많은 서랍이 있고 뭐든 분류해서 나눠 놓는 걸 좋아합니다
며칠 전에 19만원쯤 주고 반찬통 세트를 산 이유도 여기저기서 모은 각기 다른 모양의 반찬통 버리고 보기좋게 식재료를 분류해 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문구류를 좋아해서 문방구처럼 작은 서랍장을 만들어 잔득 쟁여놓는데 수첩은 수첩대로 메모지는 메모지대로 분류하는 게 진짜 재미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도 자꾸 그렇게 분류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특성 장단점 관상에따라.. 다양한 카테고리들이 있고 제가 마련한 서랍에 넣어놔야 되는데 이런 버릇은 재미있어서인지..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인지는 헷갈립니다
나는 왜 자꾸 인간을 유형별로 나누는 걸까요? 그래서 관상에 흥미를 느끼나봅니다. 생긴 꼴로 카테고라이징이 가능하니까요.
그러다 낯선, 이해가 안되는, 다양한 특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람을 보면 찝찝하고 마음이 힘듭니다.
마치 관상가가 왕이 될 상으로 봤는데 왕이 안되버리는 상황쯤이랑 비슷할 것 같네요
저 사람을 지금 이 서랍에 넣고 닫아야 되는데 문득문득 다른 분류의 특징이 보일 때 서랍 안에 넣어 닫을 수 없게 되니 너무 불편합니다
이렇게 사람을 분류 하는 게 실은 의미가 없고 변수가 무한대라는 것, 또 틀에 맞춰 보는 게 나에게 손해고 사람을 재단하는 게 재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고치려고 노력하는데 안하다기도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와의 트러블 보다 저 사람의 심리랑 어떤 의도인지를 파악 못할 때가 더 괴로운..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요?
서랍 문을 닫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답답한 어제였는데 실은 이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오늘은 글을 쓰면서 털어버리겠습니다
심리학자나 될 걸 그랬습니다. 직업적으로 연구를 깊이 했으면 죄책감이나 안들텐데 일반인 주제에 이러니 남을 재단 하는 것 같아 그 자체도 불편함이 되니까요.
불편함에 남과 다른 재능이 있다는데… (열린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