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문젠디”
뉴질랜드로 떠나는 날짜가 다가오면서 영어에 대한 준비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을 받았고, 수능 공부를 오래(?) 한 끝에 당시 외국어영역에서 2등급을 받고 서울 중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나름 영어라는 외국어를 좋아하고, 동경하던 20대였습니다. 물론 대학 입학 이후 일상생활에서 영어가 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왜 인지 스스로 영어를 나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남자 친구도 사귀게 된 것이고, 이렇게 외국에서 영어를 쓰며 살아보겠다는 용기도 내게 된 것이지요.
은행에서 통장을 계설 하는 것부터, 뉴질랜드 운전면허증을 발부받는 것부터 알아듣는 것이 문제가 될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 내가 했던 영어 공부가 잘못된 공부였다는 것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오기 전에 나름 리스닝 실력을 키워놓겠다고 영어로 된 유튜브 채널도 찾아보고, 영어로 된 팟캐스트 라디오도 꾸준히 들었습니다.
기초 영어회화 책도 오디오를 들으며 공부를 했습니다.
뉴질랜드는 미국식이 아닌 영국식 영어 발음이 표준입니다. 저는 여기에 오고 나서야 영어가 다 미국식 영어 발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식 영어라는 키워드로 팟캐스트를 찾아본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특히나 현지인(키위)들의 영어는 뉴질랜드 특유의 키위 발음이 더 짙습니다.
정말 빠르고, 연음도 강합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면 나는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거지?
남자 친구는 영어를 ‘공부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냥 영어로 된 미디어에 많이 노출시키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어를 익히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급했습니다. 영어로 된 문장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라면 은행에서 통장 만드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닌데 이곳에서 저의 영어로는 문제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저의 영어 수준과 저의 한국어 수준을 비교하면서, 네이티브가 아닌 저의 현 영어실력을 비난했습니다. 네이티브처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이 제 기준인데, 네이티브처럼 문제없이 영어 원서를 읽는 것이 제 이상적인 기준인데, 현실은 아기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억울함을 누가 알아줄까요.
한국에서도 해외 경험 없이도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영어회화, 원서 읽기를 자유롭게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영어 교육을 모조리 비난할 수많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했던 영어 공부는 언어로서 영어를 체득하는 올바른 길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제가 뉴질랜드에 온 지 4년이 되어갑니다. 이 시리즈는 4년 차 이민자의 영어 공부 기입니다. 4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영어가 문제냐고요?
대답은 ‘그렇습니다’입니다. 이 시리즈는 난중일기 같은 사투기입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저의 경험을 공유할 것이고,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에피소드에서 만나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