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기분.
설거지를 하면서 내내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랬다. 그 말이 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6월부터 독서논술지도사 2급 수업을 문화센터에 신청해서 수강하고 있다. 강사는 나보다 한두살 어린 사람이고 수강생은 나랑 동갑 1명, 언니가 둘이다. 각자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달랐지만 수업 특성상 토론을 할 기회도 많았고 아줌마급 여자들의 이야기다보니 수업과 관련 없는 정말 수다도 많이 떤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살림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오쿠니 에어 프라이기니 자이글이니 음식을 만들때 쓰는 전자제품이야기가 나왔다.나는 있으면 편하겠지만 주방 살림이 늘때마다 내가 관리해야하는 물품이 늘어 책임이 생겨서 최소한의 조리도구가 좋다 했다. 시어머니께서 가끔 물려주시는 살림도 사실 좀 보관하는 게 부담스럽다고..미니멀하게 살고 싶다고. 그러자 대뜸 '자주 안해드시니까 그렇죠. 자주 자주 해먹고 쓰면 먼지 앉을 틈이 없을텐데.아유, 시어머니가 그릇같은거 주시는 것도 집에서 신랑이랑 애들한테 좀 해먹이라는 뜻일걸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다같이 웃어 넘겼지만 집에 돌아오는 내내 오후 내내 내머릿속에 그 말이 맴돌았다.
아닌데..내 이야기는 그게 아닌데..
나도 집에서 음식 좀 하는 편인데 단지 내 손에 익은 몇가지 도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던건데 졸지에 집에서 밥 부실하게 하는 여자가 된 기분에 입안이 씁쓸했다. 날이 덥다고 요 며칠 꾀를 피워서 자책감이 밑바닥에 있었는데 거기에 돌 하나가 던져지고 흙탕물이 일어난 느낌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그렇게 뭘 못하는 사람은 아닌데라는 반감도 함께 고개를 들어 마음이 소란하다.
이제 안지 2달된 사람이 별뜻없이 한소리일텐데 나는 왜 이런걸 이렇게 마음쓰고 있는건지.
소심해졌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