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김유신의 모친 만명 부인은 기생 천관에게 빠져 공부에 소홀한 아들에게 최후의 선언을 하였다. “너는 지금 나라에 큰일을 하려고 공부하는 화랑의 몸이다. 그런 네가 한낱 기생의 유혹에 빠져서 치마끈으로 제 장래를 졸라매 죽이는 어리석은 짓을 하느냐. 오늘은 나하고 맹세하자. 기생 천관한테 가서 타락한 탕자가 되겠느냐, 전과 같이 내 사랑하는 아들이 되겠느냐?” 그날로부터 유신은 천관의 집 가까운 승마 코스인 남산 방면을 다른 장소로 변경했다. 그런 어느 날 친구 화랑의 결혼 축하연에서 술을 먹고 취해서 반면반각의 정신상태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말은 그전에 자주 다니던 천관의 집으로 향해서 거의 그 집 문전까지 이르렀다. 이때 그것을 알게 된 유신은 말에서 뛰어내려 옆에 찼던 칼로 일격 지하에 말의 목을 뎅겅 잘라 버렸다. (백대진 편저, 한국야담전집④ 신라 편, 삼성출판사 23~24면)
사자가 사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먹이 사슬 최정점에 있는 사자가 사냥감을 놓고 그렇게 신중하게 접근하는지를 처음 알았다. 아무리 사자라 하지만 살기 위해 도망치는 동물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그 때문에 사자가 사냥감에게 신중하게 접근하고 그러다가 기회를 잡으면 온몸을 던져 쫓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몇십 년 전의 내게 조언한다면, “로켓은 꼬리를 잘라내고 나서야 우뚝 솟아오른다. 잘못된 습관은 단칼에 베어버리자, 매사에 신중 하자, 기회를 잡으면 온몸을 던져 끝장 보자, 반드시 해야 한다는 독기를 품자” 등을 강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