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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f Merak Dec 13. 2019

“울아빠가
놀다 오라 그랬단 말이에요!!”

일상이 행복해 지는 인사 ‘안녕하세요~’




세월호 사태가 일어나 단원고 학부모님들이 전국민 서명운동을 하느라 아산시를 방문했을 때 저는 취재차 한올고등학교 정문으로 일찍이 달려갔습니다.      


학생 서명을 받던 단원고 학부모님들은 아이들 등교하는 모습에서 당신들의 자녀를 떠올렸는지 자꾸.. 자꾸.. 울먹이십니다. 그러곤 남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려가 ‘엉.. 엉..’ 목 놓아 울고 계십니다.     


기자생활을 하던 저는 그 모습 그대로를 사진으로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세월호 진실규명에 대한 서명을 하려고 다가서기에 습관처럼 카메라 뷰파인더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카메라 앵글의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더군요. 그 아이는 묘경이였습니다.     


아빠가 자신을 찍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 녀석은 덤덤하게 서명을 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단원고 학부모님은 서명운동을 잠시 멈추고.. 남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려.. 가십니다..     


돌아보니 그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사태처럼.. 우리 딸아이가 아무런 예고 없이 우리 곁을 떠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내가 우리 딸아이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 순간 이후로 ‘너 숙제 다했어?’, ‘공부해야지!’ 그딴 잔소리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네요.     


까짓 것 공부, 나도 못 했고(‘안 했고’로 수정 할까?) 이 글 읽고 계시는 당신 또한 그리 잘하진 못했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네들.. 잘 살아가고 있으니.. ‘공부’, ‘공부’를 강요하는 아빠의 모습을 바로 쪼치워 버렸습니다.     


그래서인가.. 묘경이는 반 성적에서 ‘꼴지’ 한 것을 자랑 할 수 있는 멋진? 녀석으로 성장해 주었네요.     




“묘경, 오늘도 학교에서 잼나게 놀다와~”     


딸아이 등굣길, 학교에서 내려주며 아침마다 건네던 인사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수업시간에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던 묘경이가 담임선생님에게 걸려 교무실에 불려갑니다.     


“야! 손묘경! 넌 이 녀석아! 수업시간에 휴대폰으로 게임이나 하고 말이야! 어!!! 너 학교에 놀러왔어!!”     


“네! 울아빠가 학교에서 잼있게 놀다오라 그랬어요!”     


“... ... ...”     


인사를.. 잘 해야겠습니다. 잘 놀다 오라고 한 건..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____^


세월 지났지만.. 세월호.. 그 아픔을 몇 번이고 또 한 번.. 위로합니다.. 단원고 학부모님들이 서명운동을 위해 아산시를 찾은 날 묘경이가 서명하고 있었네요.. 그날 우리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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