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 대한 사유
우리 집 강아지는 두 살이 조금 넘은 비숑이다.
설날에 처음 만나서 떡국이로 부르기로 했다.
개에게 음식 이름을 지어주면 오래 산다는 말이 가족들의 마음에 닿은 까닭이기도 하다.
떡국이는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잘 먹고 잘 자고 헛짖음도 없다. 가족들이 밥을 먹을 때면 식탁 옆에서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리며 반갑게 뛰어온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졸졸 따라와 발매트 위에 앉아 기다린다.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해서 아침부터 하루 종일 곁에 찰싹 붙어 있다. 너무 붙어 있다 보니 어느 날은 내 허벅지가 개 방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어이없이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런 떡국이에게 어느 날 건조된 치킨이 둘둘 말려있는 커다란 개껌이 생겼다.
사료 택배 속에 도착한 사은품이었다. 작은 수제 간식은 가끔 줬지만 자기 앞다리 크기만 한 아주 커다란 뼈다귀 모양의 개껌은 처음이었다.
모든 일은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말려있는 치킨은 이미 깨끗이 뜯어먹은 후였지만 하얗게 남은 큰 뼈모양의 껌에 심하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가족 중 누군가 그 껌에 가까이 가려하면 으르렁대며 사수했다. 키우며 처음 보는 반응이 재밌었던 남편과 아들은 강아지가 잠시 한눈을 팔면, 그 껌이 놓인 곳으로 몸을 움찔 움직였다.
그러면 강아지는 뒷다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헛발질을 하며 개껌을 향해 급하게 돌진했다. 나는 드디어 2년 만에 개방석에서 벗어나고야 말았다. 항상 안방 침대옆 쿠션에서 잠을 자던 떡국이는 거실 자기 집 깊숙이 개껌을 숨겨두고 그 위에 올라앉아 선 잠을 자며 지켰다. 좋아하는 간식을 줘도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며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가지도 못하며 안절부절못해했다. 참다가 배가 고파지면 그제야 사료를 허겁지겁 먹고 눈치를 살피며 그 개껌을 향해 달려가고, 쉴 때조차 껌을 턱받침 삼아 엎드려 잠들었다.
산책을 가자고 해도 끙끙대며 두고 나갈 개껌 주변만 맴돌았다. 밤새 껌을 지키느라 긴장했는지 가족들이 다 나가고 아무도 집에 없을 때 밀린 잠을 잤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일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를 지키려는 사람도 사실 매우 고통스럽다.
나에게 저 뼈다귀 개껌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무엇을 지키느라 하루를 발버둥 치며 사는 걸까? 문뜩 궁금했졌다.
자식일까? 부동산일까?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서일까?
오래전, 뉴스에 폐지 줍는 할머니가 나와 허름한 반지하에 사는 고된 삶을 보여주었다. 폐지를 주은 돈조차 한 푼도 안 쓰고, 요구르트 한 병 사 먹는 것 도 아까워했다. 주변 사람들은 멀쩡한 빌라 건물이 있지만 자식에게 남겨 주려고 할머니는 하루 종일 폐지를 줍는다 했다. 이미 자식들은 할머니를 찾아오지도 않은지 몇 년이나 지났었다. 그 할머니에게는 찾아오지도 않는 자식이 개껌일까? 아니면 그림의 떡인 그 빌라가 개껌일까?
오늘은 남편에게 아무래도 저 개껌을 빼앗아야겠다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남편은
-그냥 둬. 저렇게 무언가를 지키려는 고통 또한 본인에겐 행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며 씁쓸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