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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가정, 학교, 거리로 밀려난 아이들

by 일상온도

처음부터 문제였던 건 아니다. 그 아이는 한때 누구보다 밝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집에서도 유쾌한 말을 자주 꺼냈다. 누군가에게는 시끄러울 만큼 활발했지만, 사실 그건 관심받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조금씩 틀어졌다. 집에서는 부모가 바빴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그런 건 나중에 얘기하자”, “엄마 피곤해, 조용히 해줄래?”, “왜 또 말썽이야.” 따뜻한 손보다 차가운 말이 먼저였고, 기대는 거절당하는 일로 바뀌었다. 처음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짜증을 냈지만, 그 짜증에도 아무 반응이 없자 아이는 조금씩 침묵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비슷했다. 수업 시간에 한두 번 장난을 치면 “집중 못 하는 아이”로 낙인찍혔고, 반 친구들이 놀릴 때 교사는 그냥 넘어가거나 아이를 탓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억울함이 쌓여갔다. 아이는 점점 혼자가 되었고, 혼자라는 감각은 자신이 잘못된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졌다. 교실에서 자신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걸 느꼈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꾸만 튕겨나갔다. 누군가 말해주길 바랐다. “너 잘못 아니야”, “괜찮아, 말해봐.” 그런데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아이는 말 대신 행동을 택했다. 문제를 일으키면 잠시라도 주목받을 수 있었고, 모두가 자기를 바라봤다. 아무도 듣지 않던 그 순간에, 유일하게 시선이 쏠렸다.


거리로 나온 건 선택이 아니었다. 아이는 더 이상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다. 집에서는 외면당했고, 학교에서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으며, 친구 사이에서도 배제되었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해졌고, 지적받는 일에 무감각해졌고, 싸우고 도망치는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누군가는 그 아이를 ‘문제아’라고 불렀지만, 나는 그 아이가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도 손 내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더 오래 기억한다. 그 아이는 단 한 번도 "나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짧은 말다툼, 거친 몸짓, 결석, 탈선이라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그것은 단지 표현의 방식이 달랐던 것뿐이었다.


가정, 학교, 그리고 거리. 아이는 하나씩 밀려나며 점점 바깥으로 나왔다. 따뜻한 시선 한 번 받지 못한 채, '다룰 수 없는 아이'로 정의되며 보호의 손길 밖에 서게 되었다.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대놓고 슬퍼하지도, 울지도 않던 그 얼굴. 하지만 그 표정 안에 분명히 무언가 있었다. 스스로를 버텨낸 흔적,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말들, 말하지 못한 감정들. 아이는 처음부터 문제였던 게 아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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