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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by 일상온도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데까지는 오래 걸렸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신경 안 쓰는 척, 혼자인 게 편하다는 척하며 살아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그 감정이 있었다. 그들은 날 좋아하지 않는다. 어색해하고, 멀리하고, 없는 사람처럼 취급한다. 내가 뭔가 잘못했을까? 내가 이상한 걸까? 어릴 땐 그게 나의 책임처럼 느껴졌고, 커서는 그냥 내 운명처럼 여겨졌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과 표정으로 전해지는 감정이 있었다. 나를 불편해하는 눈. 나와 대화할 때 살짝 짧아지는 대답. 모임이 끝난 후 따로 이어지는 대화에 나만 빠진 느낌.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 결국 확신이 되었다. 나는 불편한 존재인가 보다.


문제는 그 감정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 내 안에서 너무 커져버렸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며칠을 곱씹고, 단체 메신저에 내 말만 답이 없을 때면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친한 사이에서도 불안했다. 혹시 내가 뭔가 실수한 건 아닐까. 괜히 말투가 딱딱했나. 표정이 차가웠나. 끊임없는 자책과 해석이 이어졌고, 스스로를 괴롭혔다. 어떤 날은 혼자 있는 게 차라리 편했고, 어떤 날은 그렇게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외로웠다.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인 게 아니라, 다가가려 해도 계속 밀려나니 이젠 그냥 기대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이 감정을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냥 기분 탓이야”라는 말이 되돌아오는 게 두려워서,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오랫동안 체화해 온 감각이었고, 이미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두려움이었다.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확신, 나라는 사람이 불편하다는 자기 인식, 아무리 노력해도 진짜 중심에 들어설 수 없다는 감정.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늘 혼자였다. 눈앞에 누가 있어도, 마음은 벽 너머에 있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 나를 싫어할까 봐 조심한다. 말을 줄이고, 표정을 고르고, 감정을 감춘다. 미움받지 않기 위해,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아무 감정도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결국 나 자신도 나를 싫어하게 된다. 왜 나는 이토록 조심스러울까. 왜 나는 나답게 있지 못할까. 관계 속에서 계속 나를 감추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작아진다. 소리 없이, 천천히.


이 말을 꺼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그 말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나를 싫어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데에도. 하지만 그 시작을 지나야 비로소 진짜 질문을 할 수 있다. 나 자신을 다시 좋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를 감추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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