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3화. 세상은 여전히 ‘정상’을 강요해요

by 일상온도

세상은 말한다. 다름을 인정한다고,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그러나 실상은 조금만 벗어나도 이상하게 여긴다. 평일 낮에 카페에 앉아 있으면 “무슨 일 안 해요?”라는 질문을 받고, 가족이 없다고 하면 “왜?”라는 시선을 받는다. 모두가 비슷하게 사는 걸 전제로 하고, 그 틀에서 어긋나면 설명을 요구한다. 그 설명은 때로는 변명이 되고, 때로는 정당화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정상’의 궤도 안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며 살아간다.


정상이라는 말은, 듣는 이에게는 판단이지만 말하는 이에게는 기준이다. 그 기준은 사회가 정해놓은 것이고, 그 사회는 언제나 소수의 목소리로 이루어진다. 정상은 그래서 중립이 아닌 권력이 된다. 기준이 되는 사람은 기준이 되지 않는 사람의 삶을 재단할 수 있고, 그 권력은 때때로 악의 없이 휘두른다. “이 정도는 해야지”, “그건 좀 이상한데?” 같은 말들은 그래서 폭력이다. 그 말에 익숙해질수록, 나는 내가 비정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기준에 내 삶을 맞춰야 할 때가 많다. 학교에서는 평균을 강요받고, 회사에서는 조직의 룰을 따라야 한다. 관계 속에서는 말하지 않아야 할 것과 표현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하고, 사회에서는 때와 장소에 맞는 행동을 요구받는다. 그 모든 요구들은 하나의 방향으로 향한다. ‘조금 더 정상에 가까워지라’고. 그러다 보면, 나는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닌, 누군가가 정해준 모양의 삶을 살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내가 선택한 옷, 말투, 태도, 직업, 관계… 그 안에는 내 선택보다 타인의 기대가 더 많이 반영돼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세상이 정한 정상에 맞추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포기한 걸까. 그런 질문들이 마음 한편에서 자꾸만 자라난다.


정상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사람들이 불안을 견디기 위해 만든 가장 편리한 기준일 뿐인가.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와 모양으로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세상은 여전히 하나의 모양만을 ‘정상’이라 부르는 걸까. 나는 이제 그 기준에서 벗어나고 싶다. 기준 바깥에도 삶이 있고, 그곳에도 사람의 얼굴이 있으며,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 말조차 이상하게 들린다면, 우리는 정말 어디까지 ‘정상’에 중독되어 있는 걸까.

keyword
이전 23화22화. 결국, 말하지 못한 감정이 나를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