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어긋났고, 때로는 같은 이유로 지쳤다. 누구는 말이 많다고 혼나고, 누구는 너무 조용하다고 걱정받았다. 누구는 너무 감정적이라 불편함을 주고, 누구는 감정이 없어 보인다고 오해를 샀다. 그런 우리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공감의 시선. 그건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구획된 바깥에서 만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연결이었다.
적응하지 못했다는 말은 언제나 조금 슬프다. 마치 내가 부족하거나 미성숙해서 그런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의 다른 면을 보고 싶다. 적응하지 못한 건, 내가 나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대신, 나의 기준을 끝내 놓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그건 단지 버티기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존재의 선언이다.
그 선언은 때로는 고독하게 들리고, 때로는 이상해 보인다. 그러나 그 이상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본다. 말이 필요 없는 위로, 부정되지 않는 다름, 판단이 없는 침묵. 그 모든 것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적응하지 못한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는 그 순간, 세상이 주지 못했던 감정이 찾아온다. 이해받는 느낌, 수용된다는 확신, 외롭지 않다는 안도감.
우리는 그 연결로부터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누구도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 마침내 내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는 또 한 사람이 생긴다. 그렇게 ‘사회’라는 단어는 조금은 덜 차갑고, 조금은 더 유연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끝에 다다른 지금, 나는 말하고 싶다. 적응하지 못한 당신,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연결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