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힘들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난 시간이 나면 계속 과거에 내가 했던 행적에 대해 적어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가 그동안 선택했던 많은 것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적어보는 중인데 조금 나에 대해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최초의 기억부터 현재까지 쭉 적어보니 내가 제법 멋지기도 기특하게 생각되었다. 지금은 내가 비록 보잘것없는 어떠한 성공한 결과를 세상에 내보이지 않았음에도 지난날의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이렇게 내가 우수하게 했던 일들도 있고, 내가 재미를 느끼며 했던 일도 생각이 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진짜 내가 힘들 때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고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찾아서 하는 거라면 내가 꽤나 관심 있어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많은 단서가 있을 것 같았다. 이 작업의 최초의 동기는 내가 진짜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에 시작되었기에 이 질문의 대답이 굉장히 큰 단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되짚어보면 매번 큰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같은 패턴으로 나를 위로하고 치유해 나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매 순간 힘든 일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때가 되면 회복이 더딜 만큼의 큰 충격과 사건들이 있었다. 최초의 내 삶에 많은 변화를 준 사건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그 사건이 있은 뒤 나와 내 가족들은 힘든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 사건을 겪으면서 작은 다짐과 같은 말을 했었다. “언젠가 나는 지금의 이 순간을 글로 쓸 거야.”
그렇게 나는 힘들었던 순간을 기록하여 반드시 세상에 내놓으리라 다짐을 했다. 그 다짐 때문인지 나는 늘 힘이 들 때면 쓰는 것과 관련된 행위들을 했다.
사회생활 시작한 후 일이 너무 힘들고 버거울 때면 나는 늘 퇴근 후에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가서 나를 위로해 줄 에세이집, 자기 계발서를 찾아서 뭐라도 읽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무작정 몇 권씩 대출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물론 책을 다 읽지는 않지만, 그 책을 가지고만 있어도 내 힘든 이 삶에 위안과 낙이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다 읽지 못한 책을 반납하러 가면 도대체 왜 이렇게 쓸데없이 책만 빌리냐는 자책을 하면서도 다시 힘이 들면 도서관을 찾아갔다. 그러다 도무지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견딜 수 없던 30대가 시작될 무렵에 동네책방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서 내 안에 뭉쳐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작업을 했고 내 마음에 엉켜있는 부분을 풀어내니 조금 살 것 같았다. 글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치유가 된다는 것을 그때 깊게 경험했다. 글쓰기, 내면세계, 치유, 도서관, 책. 현재까지 나를 세상에 버티고 서 있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마 나는 지금 또 내 삶에 버거운 부분이 생겨 오늘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조금 힘들지만, 또 살아갈 힘을 얻고 가는 이 공간이 소중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힘들 때 하는 것이 나를 살린다는 말을 난 믿는다. 모두 찾아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