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여름, 우산, 나무
8월 4주차 글쓰기
8/26(월)
우리의 시선은 어둠보다 밝은 곳으로 향한다.
사진은 빛이 더해질수록 밝아지고, 그 반대는 어두워진다.
그렇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빛을 더하고, 감추고 싶은 부분은 어둡게 사진에 담는다.
마치 우리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내면에 숨기고픈 기억이나 감정은 내비치지 않고,
겉으로는 행복한 척 웃고 있듯이.
8/27(화)
이번 여름은 비 소식이 없어도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살갗이 따가워지는 뜨거운 햇빛으로 익숙하지 않은 장면은 당연해져버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간혹 어른들이 양산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봐왔지만, 요즘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우산을 쓴다.
이제는 비가 오지 않아도 여름에 우산은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우산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찾게 되는 물건이 되어 행복해졌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게 비가 오는 날에만 볼 수 있었던, 특별했던 우산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8/28(수)
사진을 찍으면서 예전보다 자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한때는 주변을 관찰하다 사랑이 넘쳐나는 나무의 매력에 푹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런 나무들을 사진에 담았었고, 최근 그들 중 한 나무에게 다녀왔다.
같은 지역을 찾는 일은 잦지만, 같은 나무를 보러 떠난 건 처음이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랄까.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비슷한 나무들 사이에서 사진 속 나무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무를 한 번에 알아보았다.
예전과 모습이 달라져 못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가지가 길어지고 몸집이 더 커져있더라도 그 나무의 느낌은 그대로였다.
8/29(목)
러닝을 하다가 넘어질 뻔했다.
그리고 어렸을 때 뜀박질을 하다가 수십 번을 넘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손바닥과 팔꿈치는 피로 물들었고 피를 보며 눈물을 흘렸었다. 당시에는 넘어지고 하늘이 울리도록 울었지만 넘어지는 일이 많아서 그렇게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뛰어다니는 일이 줄어들었고 몸의 무게 중심도 안정되면서 넘어지는 일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한번 넘어지는 게 두려워졌다.
사실 넘어지면 손 좀 까지고 바닥에 먼지가 묻는 일이라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된다. 넘어지기 전에는 무섭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게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잘 넘어지지 않는 우리는 그전에 너무나도 많은 걱정을 한다. 실은 그 걱정은 생각보다 큰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