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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이상함의 정체

by 석은별

겉으로는 모든 게 괜찮다. 일이 있고, 가족이 있고, 대화할 사람이 있다. 웃는 법도 알고, 상처받지 않게 거리를 두는 법도 익혔다. 하지만 나는 자주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내가 지금 여기에 진짜 존재하고 있나?”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이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기분.
모든 게 익숙한데 낯설다.
그 낯섦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상함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길을 걷다 문득, 사람들 틈에서 내 발자국이 소리를 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대화 중에 내가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말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 같을 때.
누군가 내 앞에 있는데, 그 눈빛이 나를 통과해 다른 쪽을 향할 때.
그럴 때면 나는 세상에서 살짝 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심리적으로 해리된다고 할까? 마치 그런 상태인 것 같다.
나는 늘 ‘삶의 무대’에서 관객처럼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 있게 대사하고 움직이는데,
나는 대본을 모르는 조연처럼 표정만 따라 지으며 장면을 이어왔다.
그 연기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진짜 내 얼굴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린다.
나는 자연스러움보다 적절함을 선택해온 사람이었다.
적절한 말, 적절한 감정, 적절한 행동.
그렇게 살아남았지만, 적절함은 언제나 이상함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휴가 중에 그 ‘이상함’이 아주 명확히 다가왔다.
휴가 초반, 아무 일도 없는데 피로가 몰려왔다.
그동안의 과로 탓이라 여겼다.
“이제 정말 푹 쉬자.” 그렇게 마음을 놓는 순간, 땅속으로 빨려들 듯 갑자기 어지럽고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듯했다. 마치 휴즈가 나가듯 내 안의 전원이 꺼지는 느낌.
그때 알아챘다.


‘나는 휴가도 열심히 쉬려고 애쓰고 있었구나.’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잘 쉬어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를 수행하느라 긴장을 놓지 못한 것이다.
그제야 알았다. 이상함의 본질은 내가 ‘존재를 컨트롤하려는 마음’에 있었다는 것을. 모든 순간을 계획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완성하려는 그 습관이 결국 나를 ‘지금’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왜 이토록 낯설까.
모든 걸 맞춰왔는데, 왜 여전히 어색할까.
이상함의 정체를 찾기 위해 나는 내 마음을 해부했다.
결국 알게 되었다.
그 이상함은 내 안의 불일치에서 온다는 것을.
생각과 감정, 말과 행동이 미세하게 어긋나 있었다.
나는 늘 “괜찮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괜찮지 않았고, “좋다”고 말했지만 실은 그렇게 보여야만 했다.


타인의 기대에 정확히 반응하는 법을 배운 덕분에 문제없이 살아왔지만, 그 정교한 적응력은 결국 나 자신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진심과 표현의 간격이 넓어질수록 속닥이는 내면의 소리는 커지고 진짜 내 목소리는 희미해졌다.


이상함은 때로 슬픔의 다른 얼굴이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서늘한 자각, 내가 어딘가 잘못된 사람 같다는 생각. 그 감정은 조용히 스며들어 일상 속에서도 나를 고립시킨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혼자라는 기분, 관계 안에서도 여전히 밖에 서 있는 느낌.
그건 외로움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감정이다.
소속되지 못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외부자의 시선.


하지만 최근에서야 조금 달라졌다. 이상함이 꼭 나쁜 신호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내 감각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거리, 그 어긋남을 인식할 수 있다는 건 내가 여전히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삶의 진짜 문제는 무감각이지, 이상함이 아니다.


이상함은 어쩌면 현실과 나 사이의 번역기다. 그 불일치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를 이렇게까지 들여다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함이 나를 깨우고, 그 깨달음이 나를 다시 현실로 이끈다. 나는 완벽히 어울리는 사람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어긋남 속에서 조금씩 나다운 리듬을 만들어 갈 수는 있다.


이제는 이상할 때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 그건 내 감각이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야.”
그 한마디면 괜찮아진다.
세상에 완벽히 맞춰진 사람은 없다.
다만 그 어긋남을 인식하고,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어색하고, 가끔 이상하다.
하지만 그 이상함이 나를 사람답게 만든다.
완벽히 섞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 어긋남 속에서 나는 나로 존재한다.
이상함은 결함이 아니라, 세상과 나 사이의 숨 쉴 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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