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통역과 동시통역의 차이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묻고는 한다.
"그럼 동시통역을 할 수 있는 거야?"
UN 기구에서 투명 부스에 앉아 헤드폰을 낀 채
마이크로 앞에서 통역하는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통역사의 모습인가 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통역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1. 순차통역 (順次通譯):
화자(話者)가 말을 모두 끝낸 후에 다른 언어로 통역함. <네이버 국어사전>
순차통역은 시간차가 다소 존재한다.
예로, 회사 내 콘퍼런스가 진행될 때 순차통역이 자주 활용될 수 있다.
발화자가 A 언어로 말을 했을 때, 통역사는 해당 언어를 도착어(B 언어)로 전환하여 전달한다.
통역사는 발화자가 말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통역을 시작한다.
*발화자의 말이 길어질 경우, 통역사는 본인이 들어갈 타이밍을 확보하는 센스를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예기치 않은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정보량이 많을 경우 기억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노트테이킹(note-taking)' 기술을 활용한다.
노트에 필기구로 본인만의 기호와 약어를 기록해 기억을 돕는 것이다.
*통역에 도움이 되는 각종 기호를 소개한 책들이 있으니 참고할 수 있겠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본인만의 기호를 정리해두면 좋지만, 모든 것을 기호화하려 애쓸 필요는 없는듯하다. 나는 속기가 되는 편이라... 많이 받아 적었던 것 같다.
노트테이킹을 잘하면 통역이 수월해진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어법 순서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노트테이킹을 하면 통역할 때 훨씬 수월하다.
한국어: 주어+목적어+서술어
중국어: 주어+서술어+목적어
통역은 '1인칭 화법'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으로
내가 마치 발화자가 된 것처럼 최대한 말의 뉘앙스와 표정, 말투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동시통역(同時通譯): 글자 그대로, 동시에 통역을 진행한다.
실제로는 발화자의 말을 듣고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1초 정도 간격이 존재할 수는 있다.
리시버 기기를 받으면, 이어폰을 통해 끊임없이 통역사의 목소리가 들려오게 된다.
동시통역 시 숫자가 자주 나오거나 정보량이 많아지게 돼도 '노트 테이킹'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
보통은 '2인조'로 동시통역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함이며, 파트너가 순조롭게 통역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줄 수도 있다.
3. 메모리(Memory): 순전히 기억력에 의존하는 통역이다.
노트나 필기류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 기억한 후 통역을 진행한다.
단기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한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부분이다.
4. 위스퍼링(Whispering):
따로 통역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귓가에서 속삭이듯 동시통역을 진행한다.
두 국제 정상의 만담회 자리에서, 통역사가 뒤에 앉아 위스퍼링 통역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추가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통번역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 시역 연습
* 시역: 눈으로 텍스트를 보면서 바로 통역을 하는 것인데, 순간적인 판단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매일 꾸준히 하면 어휘도 쌓이고 순발력도 키워지며, 우리의 언어로는 '입이 풀린다.'라고 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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