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열심히 하는 태도에 대하여

by Muswell

한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출연진들이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수능을 언제 봤는지 잘 기억도 안 나는 40대 아저씨지만 '시험의 결과와 상관없이 한 순간이라도 뭔가를 열심히 해봤던 기억과 경험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기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는 조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태도가 반복되고 이를 몸이 기억하게 되면 성장 과정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수없이 보고 듣고 때로는 직접 경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의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성실함의 상징이었던 개근상은 더 이상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학교나 직장에서 대놓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멋있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기간이 아무리 짧았다 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태도가 없었다면 성장이 불가능하거나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낡고 고루한 가치처럼 보여도 열심히 하는 태도는 여전히 중요하다.


여기까지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러한 태도를 개인을 넘어서 사회에까지 확장시켜 보면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회는 더욱 아름다워 보일 테니 말이다.


사실 전제부터가 틀린 질문이다. 우선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태도'는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은 정말로 좋아서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렇게 해야만 자신의 미래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는 이들 사이에서 '열심히 하는 태도'를 선택하는 기준이 서로 일치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대학교 때 조별과제만 떠올려 봐도 모두가 합심하여 과제나 발표를 열심히 하는 사례가 얼마나 희귀한지를 실감할 수가 있다. 이러한 경우 공동의 목표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앞장서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굳이 왜 저 일을 저렇게 열심히 하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는 태도를 미덕으로 여기고 살았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면서 '굳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아마 예상했겠지만 이 사람들은 주로 회사의 상사들이었다. 초과근무를 밥먹듯이 해 가며 그 자리에 올라갔을 테니 열심히 일을 하던 관성이 남아서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는 일까지 열심히 나서고, 지위가 있어서 그 일을 혼자 하지 못하고 아래에 나눠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아래 직원들에게까지 열심히 하는 태도를 강요하는 그런 뻔한 이야기이다. 그 사람들이 말로든, 금전으로든, 나를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이 노력을 할 만큼 했는데도 내가 내 고집에 빠져 설득되기를 거부한 것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과 정신력이 고갈되고 리더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아지면, 맹목적으로 열심히만 하는 태도는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독이 될 수 있음을 점점 실감하고 있다. 그 일을 굳이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있거나 그 이유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납득이 될 수 있어야만 열심히 하는 태도가 정당화되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우선순위와 방향을 생각하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인용하여 유명해진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마치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지만, 사실 원래 논문에서는 선천적 재능이나 환경,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의 훈련을 절대적 시간만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즉, 무조건, 굳이 열심히 하는 태도가 아닌, 방향이 제대로 설정된 열심히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쉽지 않겠지만 이러한 생각을 욕심이 생기거나 압박이 심해질 때 꼭 떠올리면서, 굳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보려 한다.


* 제목 사진 출처: https://in.pinterest.com/pin/78890405976290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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