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아프리카에 내리는 비를 축복해. 우리에게 이제껏 없던 경험을 하게 될 거야.”
“I bless the rains down in Africa. Gonna take some time to do the things we never did.”
- 토토, 아프리카 -
9 - 1
동물들은 어느덧 아프리카의 상공에 있었다. 하지만, 작전을 마치고 본부로 돌아오던 독수리의 날갯짓이 느려지고 있었다. 영국으로부터 탄자니아의 세렝기티까지 6,000km의 거리를 몇 번이나 왕복했던 독수리는 이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세렝게티가 가까워질 무렵, 사자가 본부로 무전을 보내왔다.
"본부, 거의 다 왔는데 독수리가 탈진한 것 같다."
"GPS로 위치 확인했어. 우리가 마중 나갈 테니 좀 만 기다려라."
하지만, 너구리가 말을 마치자마자 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어? 독수리가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어... 어... 불시착한다!"
순간 쿵하는 둔탁한 소리 함께 무전이 끊어져 버렸다.
"더 킹! 더 킹! 사자! 사자? 대답해!"
너구리가 다급하게 무전을 반복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이 교신을 듣던 동물들은 놀란 마음에 사자 일행이 추락한 곳으로 생각되는 사바나의 평원으로 달려 나갔다.
사바나로 간 기린과 흑표범 그리고 동물 팀원들은 마음을 졸이며 사자가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던 중 지평선 저 끝에서 검은색 실루엣이 보였다.
그건 바로 탈진한 독수리를 안고 걸어 나오는 사자와 그의 일행의 모습이었다.
너구리와 카피바라는 반가움에 글썽이며 사자 일행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뒤이어 기린과 흑표범 그리고 다람쥐와 여우가 몰려나가 사자, 고양이, 강아지, 파랑새, 버니, 그리고 거북이를 끌어안았다. 사자와 동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였다.
한참 인사를 나눈 후, 기린이 사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해낼 줄 알았어요. 저는 지금도 이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요."
기린의 말에 사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버니한테 그 자세에 대해 들었어요. 버니가 인간의 책에서 본 자세가 제가 레이저 사이를 통과할 때 취했던 자세랑 비슷한 것 같더라구요."
"원래 고관절이 유연했나요? 어떻게 그런 책상다리로 앉을 수 있었죠?"
"저도 모르겠어요. 하나 확실한 건... 그 순간, 머릿속에 오직 하나뿐이었어요. 팀원들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리고?”
기린이 눈을 반짝이며 묻자, 사자가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버니와 고양이 그리고 거북이를 안고 레이져 속으로 뛰어든 순간 문득 어머니가 떠올랐어요. 아주 어릴 때, 품에 안겨 있었던 그 기억이요. 이상하죠? 얼굴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던 분인데…”
"그랬군요..."
사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하자, 기린은 아는 것이 있는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다시 눈을 뜨고, 조용히 말했다.
“…이제야 알겠어요. 왜 그 ‘궁극의 자세’가 보통의 동물들에겐 불가능하다고 전해졌는지.”
“왜죠?”
“누군가를 진심으로 품을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자세였던 거예요.”
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린이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우리가 그 자세의 비밀을 풀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사자 당신도 잘 알고 있겠죠?”
"네."
"이제야 말로 우리 동물들이 공부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기린은 목이 메였는지 끝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눈물을 글썽이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 년 넘게 누구도 풀지 못했던 오라클의 과제가 마침내 풀린 지금— 그 감격의 무게가, 기린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