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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세시공작소 Apr 14. 2020

끝나지 않은 냄새와의 전쟁

디테일에 숨어있던 악마가 환풍구에 나타나다

요즘은 밖에서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화장실이 안전하고 깨끗한지 확인하게 된다. 화장실이 깨끗하면 그 가게에 대한 인상도 좋아진다. 거기에 화장실에 디퓨져까지 놓여있으면 마음이 더 편안하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 집 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빨리 씻고 나가고 싶은 마음뿐. 가장 큰 부분은 냄새였다.


전셋집 화장실에는 환풍기가 설치되어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이전에 화장실 환풍구 틈새를 메우고 나서 집안으로 퍼지는 냄새는 없어졌지만, 화장실에 들어가면 여전히 냄새가 올라왔다. 이 불쾌함을 없애야 했다. 환풍구에 조치를 취하면 확실히 나아지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 그냥 다른 집과 공기를 공유하는 구멍만 하나 뚫려있는 화장실에 '배기'의 개념을 만들어야 했다. 결국, 고민 끝에 환풍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환풍기 고르기

일단 필요한 장치는 배기 역할을 하는 환풍기와 환풍기가 동작하지 않을 때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줄 댐퍼였다. 이 두 가지가 일체화된 전동식 제품 10만 원대였고, 환풍기만 따로 되어있는 제품은 1,2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했다.

환풍기는 9천원대, 댐퍼는 2만원대 구입.

결정적으로 기존에 환풍기를 설치할 자리가 따로 나있는 게 아니어서 지나치게 큰 제품은 설치하기가 부담스러웠으므로, 환풍기는 환풍구 크기에 맞는 작은 제품으로, 퍼는 전기 없이 중력과 바람으로 열고 닫히는 수동 품으로 구입했다.


어댑터 만들기

맞지 않는 두 부분을 연결할 때, 이 둘을 결합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를 흔히 어댑터(Adapter)라고 부른다. 그리고 기존의 환풍구에 맞는 어댑터는 당연히 없었다. 환풍구를 막고 그 부분에 환풍구에 맞는 구멍을 뚫어야 했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비슷한 경우에 포맥스 같은 재질로 재단해서 구멍을 막고 설치하는 것 같았다. 포맥스를 재단해서 주문한다 해도 국은 도면을 그려야 했기 때문에, 직접 도면을 그려서 3D 프린터로 출력했다.

어댑터는 크기가 커서 출력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어댑터에 환풍기를 달아보니 나사 크기까지 꼭 맞았다. 설치하기 전에 환풍기에 전기를 살짝 연결해서 동작 테스트까지 마친 후, 본격적으로 욕실에 설치해보았다. 원래는 관리실에서 해머드릴을 빌려서 벽에 칼블럭을 박은 후 설치할 생각이었는데, 가벼워서인지 블랙박스용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틈새에 실리콘 쏴주었는데 안정적으로 잘 붙었다.

환풍기 + 댐퍼 + 어댑터 합체 성공

전기 공급하기

이제 전기만 끌어오면 다. 환풍구와 가까운 조명에서 전기를 따와서 불을 켤 때마다 자동으로 환풍기가 켜지도록 할까 했는데, 이러면 추후 제거하기가 몹시 귀찮고 환풍기만 켜놓는 경우도 많아서 콘센트에서 전기를 끌어와서 스위치를 따로 뒀다.

전선 몰딩을 한땀한땀 붙여주었다

천장을 뚫어서 전선을 빼는 게 더 간단하고 깔끔했겠지만, 어디까지나 전셋집이므로 함부로 천장을 뚫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케이블 정리용 전선 몰딩을 붙여서 전선을 끌어왔다. 행히 딩이 미관상 게 거슬리지는 않는 것 같다.


설치 성공, 그러나...

이렇게 몇 날  일 공들인 끝에, 드디어 우리 집 화장실에도 환풍기가 돌아가기 시작했.

연약하다. 오래 켜 두면 괜찮지만, 들어오는 냄새 입자를 100% 차단하진 못한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다. 사실 좀 더 크고 출력이 센 환풍기를 설치하고 싶었는데, 3D 프린터가 작아서 어댑터를 더 크게 제작하기는 힘들었다. (사실 날개가 저렇게 작을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이렇게 2주 정도 생활했는데, 타이머 콘센트를 연결해서 아침에는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도록 하고 있다. 아직까진 괜찮다. 고생은 했어도 이 집에서 2년은 더 살아갈 힘을 얻었다. 하지만 다음엔 꼭 환풍기가 있는, 아니 최소한 환풍기 설치할 주름 배관이라도 있는 집으로 이사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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